집요한 사교육… “고난도 문제는 EBS 밖에서… 숨은 30% 잡아야 고득점”
입력 2010-09-06 21:55
서울 서초동의 M입시학원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다음날인 지난 3일 수강생을 대상으로 EBS 연계 문항과 비연계 문항의 정답률을 자체 분석했다. 분석 결과 EBS 비연계 문항의 오답률이 매우 높게 나왔다. 학원 측은 이후 ‘EBS가 채우지 못한 30%를 잡아라’를 마케팅 전략으로 삼고 수험생을 공략하고 있다. 학원 관계자는 6일 “EBS 연계 문항은 대부분 평이해 상위권 학생은 EBS를 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며 “오답률이 높고 변별력 있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가르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EBS 강의와 수능 연계율을 70%까지 높이겠다고 밝히자 사교육 업체들이 틈새시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입시학원들은 “고난도 문제는 EBS 교재 밖에서 출제된다” “EBS 연계율이 높지만 시험 난도도 높다”며 사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EBS 수능 강의로 궁지에 몰린 사교육 업체가 학생과 학부모를 오도한다”고 반박했다. EBS 연계 문항도 난이도를 고루 섞어 출제한다는 것이다. 평가원 신일용 출제연구실장은 “연계 문항은 쉽고, 비연계 문항은 어렵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EBS와 연계하더라도 문제는 얼마든지 어렵게 출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평가원은 수능 문항별 정답률이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학원들이 일부 학생만 대상으로 정답률을 분석해 난이도를 파악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학원의 틈새 마케팅 전략은 효과를 보고 있다. 신유형·고난도 문제 특강이나 EBS 교재를 단기 요약·정리하는 강의는 인기가 높다. 서울의 한 진학지도 담당 교사는 “학생들이 수능을 앞두고 EBS 중심으로 공부하긴 하지만 EBS가 사교육을 막지는 못한다”며 “상위권 학생들은 EBS가 아닌 고난도, 신유형 문제로 승부를 보려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진학 담당 교사도 “수능 표준점수는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모두 EBS를 볼 때 ‘플러스 알파’를 찾는 학생이 있게 마련”이라고 전했다.
EBS와 수능의 연계 방식은 영역·과목별 특성에 따라 지문·자료·문제 상황을 활용하거나 핵심 소재나 논지를 활용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정책 취지는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학생에게 EBS를 통해 수능 고득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EBS 수능 연계가 사교육 경감이라는 애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EBS 교재가 학교 교육과 더욱 밀접해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국교육평가학회장인 김신영 한국외대 교수는 “EBS와 수능을 연계한 것은 학습 내용을 미리 예측할 수 있게 한 점에서 방향은 잘 잡은 것”이라며 “EBS 반영 비율을 점차 높이고 교재·강의가 공교육 과정과의 연계성이 높아질수록 사교육에 대한 욕구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