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원세훈 원장 친정체제 구축

입력 2010-09-06 22:03

2차장 민병환·3차장 김남수·기조실장 목영만

국가정보원이 6일 ‘원세훈 원장 친정체제’로 전격 전환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원 2차장에 민병환 국정원 국장, 3차장에 김남수 국정원 국장, 기조실장에 목영만 행정안전부 차관보를 내정했다. 인사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 파문과 북한의 대승호 송환 결정 등으로 국민의 시선이 분산된 가운데 조용히 단행됐다.

민 내정자는 민관식 전 문교부 장관 아들로 국정원 경기지부장을 거쳤고, 김 내정자는 대통령실 국가위기상황팀장을 지냈다. 두 사람은 국정원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정보맨이다. 목 내정자는 행시 25회로 행안부 지방행정국장과 기조실장을 지냈다.

정치권과 국정원 내부에서 이번 인사를 특히 의미 있게 보는 것은 기조실장 교체 때문이다. 현 김주성 기조실장은 이른바 ‘이상득(SD)계’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핵심 측근으로 정권 출범과 함께 국정원으로 부임해 조직과 인사, 자금을 장악했다. 이 자리를 원 원장의 최측근이 꿰찬 것이다. 목 내정자는 서울시청 출신인 ‘S라인’이다. 그는 서울시 국장 때 행정부시장으로 있던 원 원장을 보좌했고, 원 원장이 초대 행안부 장관으로 가자 따라갔다. 이번에도 원 원장이 목 내정자를 대통령에게 천거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한 소식통은 “국내 정보를 총괄하는 민 내정자도 원장 신임이 매우 두텁다”며 “이번 인사를 원세훈 체제구축으로 보는 시각에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세 사람 모두 50대 초반으로 현 차장급 60대에 비해 세대교체 의미도 있다. 또 여권에는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과 남경필·정태근 의원 등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 사찰 의혹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결국 이번 인사로 현 정권 최고 파워그룹인 SD계가 다시 한 번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이 지식경제부 차관으로 간 상황에서, 김주성 실장마저 그만두면서 SD계가 타격을 입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이 원 원장은 이 대통령의 직계로 분류된다. 일각에서 이번 인사를 이 대통령의 친정 강화로 보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 2차장 내정자=△서울(53) △동성고, 고려대 경제학과 △1996년 국정원 임용 △인천지부장

◇김 3차장 내정자=△강원도 강릉(53) △강릉고, 육사 36기 △83년 국정원 임용 △국정원 실장

◇목 기조실장 내정자=△대전(51) △대전고, 고려대 행정학과 △92년 서울시 임용 △서울시장 비서실장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장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