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軍 무기·군수품 불량 원인 철저히 밝혀라
입력 2010-09-06 11:25
포신이 폭발한 K1 전차, 물에 가라앉는 수륙양용 장갑차 K21, 물이 새는 신형 전투화 등 우리 군의 주력 무기와 군수품에서 잇따라 하자가 발생해 물의를 빚고 있다. 불량 군수품은 군인의 사기와 전투력을 떨어뜨리고, 생명을 위협하며, 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운다는 점에서 아주 심각한 문제다.
육군 K1 전차가 지난달 6일 사격 훈련을 하다 포신이 터지는 사고를 낸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26사단 전차대대 소속 K1 전차가 경기도 파주시 무건리 훈련장에서 표적 사격을 하던 중 105㎜ 주포 안에서 포탄이 터진 것이다. 전차 주변에 병력이 배치되지 않아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육군은 인명 피해가 없어서 발표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한 달 동안 사고를 은폐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육군 최신예 장갑차 K21은 지난해 12월 9일 경기도 양평군 남한강 일대에서 도하 훈련을 하다 엔진 정지로 침수됐고, 지난 7월 29일 전남 장성군 상무대에서 교육훈련을 하다가 1대가 침몰해 부사관 1명이 숨졌다. 수륙양용 장갑차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한 사고였다.
또 국방부가 8년간 연구 끝에 기존 제품보다 방수기능과 통기성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홍보한 신형 전투화가 뒷굽이 떨어지거나 물이 새는 불량품으로 밝혀져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납품된 신형 전투화 43만6750켤레 중에서 4035켤레가 불량품이었다는 것이다.
육군 종합정비창, 국방기술품질원, 제조업체 등은 K1 전차 포신의 재질과 강도, 105㎜ 포탄의 신관이나 탄두 결함 등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K1 전차는 1987년 실전에 배치된 뒤 9차례 포신 파열 사고가 있었던 만큼 한 점 의혹 없이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차제에 군 당국은 퇴직한 군 고위 인사가 군납품 계약과 검수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불량 군수품을 묵인·방조했는지 조사해 책임자를 문책·처벌할 필요가 있다. 군 당국이 대책 마련에 실패한다면 감사원이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