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盧 차명계좌, 특검 해서라도 규명해야
입력 2010-09-06 21:20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변호사(당시 대검 중앙수사부장)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변호사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존재 여부와 관련, “꼭 차명계좌라고 하긴 그렇지만 실제로 이상한 돈의 흐름이 나왔다면 틀린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차명계좌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검찰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검찰을 떠났던 이 변호사의 이번 발언은 상당히 구체성을 띠고 있다. 그는 “박연차씨는 청와대 관저에서 노 전 대통령과 두 차례 만찬을 했고, 당시 권양숙 여사가 ‘아들이 돈이 없어 미국에서 월세를 산다’고 말한 것을 돈을 달라는 뜻으로 알았다고 수사 과정에서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씨는 권 여사가 ‘집 사는 데 10억원이 든다’고 하기에 그 자리에서 ‘제가 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상한 돈의 흐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뿐 아니다. 박씨가 현 야당 중진인 모 국회의원과 고위층 인사들에게 수만 달러를 줬다는 단서도 수사 과정에서 나왔지만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상황에서 수사를 더 진행할 수 없어 중단했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김태호 총리후보자 인사 청문회 때 여야 할 것 없이 자신의 출석을 말렸다는 비화까지 털어놨다. 여야가 박연차 게이트의 진상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증거다.
박연차씨가 노 전 대통령에게 차명으로라도 돈을 건넸는지, 또 처벌받지 않은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금품을 제공했는지에 대한 의혹은 이제 덮을래야 덮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 변호사의 여러 주장을 깔아뭉개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다.
진상규명 의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검찰에 재수사를 맡길 수는 없다.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야 한다. 특별검사가 대검 중수부 자료를 모두 넘겨받아 철저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협조해야 할 시점이다. ‘공정한 사회’를 부르짖는 청와대마저 정치적 고려를 하고 있는 듯 재수사에 소극적이다. 하지만 그것은 다수 국민의 뜻이 아님을 명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