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폐쇄된 조직의 퇴행 보여준 외교부
입력 2010-09-06 21:16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와 관련한 행정안전부의 감사 결과는 국민을 참담하게 만든다. 최고의 엘리트 부처라는 외교부가 이처럼 썩어빠진 조직이었다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어제 행안부 발표에 따르면 다섯 명의 심사위원 중 세 명은 다른 응시생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지만 외교부에서 참석한 인사기획관 등 두 명은 유 장관 딸에게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줘 1등으로 만들었다. 이들은 심사회의 때부터 “실제 근무 경험이 중요하다”며 외부 위원들이 유 장관 딸에게 높은 점수를 주도록 바람까지 잡았다. 인사기획관은 규정을 무시해가며 심사위원을 선정하고는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지 자신이 직접 참여했고, 응시 자격은 고무줄처럼 유 장관 딸을 위한 맞춤형으로 바뀌었다.
지방 군청의 군수 딸 채용비리도 아니고, 대한민국을 대표해 외교활동을 펴는 외교부에서 장관 딸을 채용하기 위해 벌어진 일이다. 장관도 문제지만 휘하 간부들이 옛 왕조시대 간신배들이나 할 짓을 서슴지 않고 했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게다가 외교부는 거짓말로 일관했다. 언론에 유 장관 딸 특혜의혹이 제기되자 “전형과정에서 장관 딸이라는 점을 알 수 없다” “채용절차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그런 거짓말이 통할 것으로 생각했는지 한심하다.
외교부의 부도덕성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업무 특수성을 내세우며 폐쇄적으로 운영돼왔기 때문이다. 인사비리뿐 아니라 인력 운용도 국가보다는 조직원 중심이라는 지적이 많다. 개도국 인력을 빼내 선호도 높은 선진국으로 배치하는가 하면 후진국 근무는 선진국 배치를 위한 징검다리쯤으로 여긴다고 한다. 제대로 된 외교활동이 이루어질 리가 없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이런 것은 바로잡지 않고 엉뚱하게 민간인 사찰이나 했으니 국민은 누구를 믿어야 할지 답답하다.
감사원이 공무원 인사 전반에 대한 특별점검에 착수한다고 한다. 철저한 감사로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하기를 바란다. 이번에 국민이 입은 마음의 상처가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