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부왕’ 천광뱌오 회장 “재산 보유한 채 죽는 건 수치”
입력 2010-09-06 19:40
“세상 떠날 때 재산을 세상에 돌려주는 건 위대하고 고상한 것이다. 반대로 많은 재산을 보유한 채 죽는 건 수치스러운 것이다.”
중국 최고의 자선사업가인 천광뱌오(陳光標·42) 황푸재생자원이용유한공사 회장이 사후 전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천 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반관영통신인 중국신문망이 6일 보도했다. 천 회장은 5일 자사 홈페이지에 편지내용을 공개했다.
게이츠와 버핏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부호들에게 재산의 50% 이상을 기부하자며 ‘더 기빙 플레지(기부서약)’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29일 중국을 방문, 중국 부호들의 기부 동참을 호소할 예정이다.
천 회장은 “부유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건 행운”이라며 “하지만 부유한 사람이 소유한 재산은 절대 자기에게만 소유되는 게 아니며, 다른 사람과 사회에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이 보답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산을 먹는 물에 비유했다. 물 한 컵이 있으면 한 사람이 마시고. 하나의 강물이 있으면 모두가 함께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그의 재산은 10여개 도시에 있는 600여개의 설비와 부동산 등을 합쳐 50억 위안(약 86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 회장은 ‘중국 기부왕’으로 불린다. 지난해 회사의 순익 4억1000만 위안 중 78% 정도인 3억1300만 위안을 사회에 환원했다. 지금까지의 기부 액수는 13억4000만 위안, 직접적인 수혜자만 70만명 이상이다.
천 회장은 지독히 가난한 가정형편에 10세 때부터 물을 길어 주거나 얼음과자 등을 팔아 생활비를 벌며 고학했다. 대학 졸업 후 버려진 가전제품, 기계설비부품을 재가공해 파는 순환(재활용)사업 등에 뛰어들어 연간 매출액이 121억 위안에 달하는 사업가로 성장했다. 그는 2008년 쓰촨(四川)성 대지진 당시 중장비를 끌고 36시간 만에 2000㎞ 떨어진 현장에 최초로 도착해 140여명을 구했다. 중국 정부에 의해 ‘지진 영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