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매운 성분 캡사이신, 암 발생 촉진… 건국대 이기원 교수팀 증명

입력 2010-09-06 19:38

고추의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이 경우에 따라선 오히려 암 발생을 촉진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캡사이신은 그동안 암 억제 및 진통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건국대 생명공학과 이기원 교수팀은 서울대 이형주 교수,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진과 함께 캡사이신 자체가 발암 물질은 아니지만 암 유전자(EGFR)의 활성을 유도해 염증 유발 및 암 발생에 중요한 단백질인 ‘COX-2’를 과발현시킴으로써 피부암 등의 발생을 빠르게 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증명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미국 암학회가 발간하는 ‘캔서 리서치’ 9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연구진은 캡사이신의 체내 수용체인 TRPV1 단백질(암 억제 물질)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성인들이 캡사이신을 다량 섭취했을 경우 암 발생이 훨씬 더 촉진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캡사이신은 TRPV1과 결합해 통증을 완화시키는데, 이 물질이 결핍됐거나 약한 민감성을 보일 때 오히려 암 유발 인자인 EGFR과 결합해 피부암 발생을 촉진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고추에는 비타민C나 카로티노이드 등 유용한 생리 활성성분도 많은 만큼 적당히 섭취하되, 지나치게 매운 것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