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교회는 무엇인가
입력 2010-09-06 17:42
(10) 박해와 순교
초대교회는 박해와 순교의 교회였다. 주후 313년 콘스탄틴 황제가 기독교를 제국의 교회로 공인하기 전까지 300여년에 걸친 긴 세월을 그렇게 고난과 죽음의 공포와 긴장, 불안 속에서 지샜다. 그런 것을 드라마틱하게 그린 것이 ‘쿼바디스’란 작품이다. 한 집안으로 말하면 대개 12∼13대에 걸친 세월이다. 이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가혹한 수난의 역사다. 이러고도 교회가 살아남았다는 것은 역사의 일대 미스터리다.
그 교회가 로마제국에서 박해를 받게 된 까닭은 가장 중요한 것이 황제숭배 반대였다. 그때 황제는 신이었다. 사실 서구사회에 그만한 평화와 통일을 가져다 준 것은 로마제국이고 그들 황제였다. 숭배할 만한 기치가 있다고 보고 있었다. 하지만 교회는 하나님 이외의 어떤 존재도 신으로 보지 않는다. 이때 교회는 처음으로 예수 그리스도에게만 바치는 절대적 충성과 독재자의 전체주의와 충돌했다. 그리고 그런 충돌은 향후 여러 차례 반복한다.
이 황제숭배 반대는 결국 국가에 대한 반역이고, 조국에 대한 불충일 뿐만 아니라 세상과 사람을 혐오하는 범죄라는 지탄으로 몰고 갔다. 순교자는 수십만에 이르렀다. 이들 순교자의 행렬은 인류의 역사가 생긴 이래 가장 숭고하고 고귀하고 장엄한 모습으로 기록되었다.
한데 몇 세대에 걸친 대량 투옥과 화형, 참형, 교수형 그리고 사자에게 물어뜯기기 등과 같은 고초는 사람을 병리적 상태로까지 몰고 갈 수 있다. 수백 년에 걸친 지속적 박해는 인간의 인내력을 극도로 위협한다. 정신적 질환과 이상이 그 영광의 고귀한 모습을 일그러트릴 수도 있다. 철학자 황제로 유명하였던 마르크스 아우레리우스 때 기독교인들이 가장 심한 박해를 받았다고 하는 것은 그가 기독교인들을 비정상적으로 보았다는 증거다.
하지만 초대교회 박해 역사에서 그런 예외는 보고된 것이 없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이미 신앙의 승리, 그 거룩한 승전고의 기록이다. 교회는 정상적 모습으로 승리하여야 한다.
로마제국에서 기독교인들이 겪은 가장 무서운 저주는 기독교인들은 살아 있을 존재의 이유도, 권한도 없다는 것이었다. 인간에게 있어 이 이상의 더 무서운 저주가 어디 있을까. 우리는 여기에서 신앙이라는 것은 이런 것까지 겪는 것이요, 그런 것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초대교회는 시련과 고난 속에서 그들 신앙이 절대로 반역이거나 인간을 증오하는 반국가, 반인륜, 반사회적 신앙이 아님을 변증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우선 그들이 무엇을 믿고 있으며, 그들 자신은 누구인지 밝혀야 했다. 그들은 정상적인 인간들이요 충실한 시민이라는 것을 밝혀야 했다. 그리고 나라의 법을 준수하며 황제에게도 충성을 바치는 국민이요, 근면과 성실로 맡은 일을 수행해나가는, 다 같은 국민들임을 입증하여야 했다.
민경배 백석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