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의 영혼의약국(69)

입력 2010-09-06 09:41

제자란

때가 왔다

구두쇠 노릇을 집어치우고

그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그대가 갖고 있는 최고의 것을

주는 때

마침내 때가 왔다

막달라 마리아. 그녀야말로 예수의 참된 제자이다. 그녀의 진정함은 무량하다. 어느 날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를 찾아가 아주 아주 값비싼 향수로 예수의 발을 씻었다(막 14:3).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유다가 때를 놓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잠깐만요. 이 여자의 행동을 멈추게 해야 합니다. 이건 낭비도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닙니다. 보아하니 값이 무척 비싼 향수 같은데,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 마당에, 그 비싼 향수를 발에 부어 버리다니요. 그런 낭비가 어디 있습니까?”

유다의 이 견해는 아주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예수는 또 뭐라던가?

“가난은 언제나 있는 것. 유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나거든 그땐 그대가 얼마든지 사람들을 보살펴 줄 수 있으리라. 그러나 그대는 지금 이 여인의 속마음을 알지 못하네. 그러니 그녀가 향수를 그리 하도록 내버려두게. 비싸든 싸든 그건 상관할 게 아니네. 이 여인의 가슴에선 거룩한 힘이 일고 있지. 이건 그녀의 기도라네. 그녀의 거룩한 기도를 방해 말게!”

기도는 이렇게 무량하게 자기를 바치는 일이다. 그러나 유다는 생각했다. 기도란 ‘무량하게 자기를 바치는 행위’가 아니라 ‘구해서 많이 가지는 것’이라고 말이다. 제자란, 자기를 제한 없이 바치는 존재를 이르는 명사(名詞)다.

<춘천성암감리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