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양날의 칼’ 부메랑] 與든 野든 걸리면 끝장 ‘공정 태풍’ 어디까지…

입력 2010-09-05 18:32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자진사퇴했으나 사실상 경질에 가깝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기류가 워낙 좋지 않았다. 유 장관 문제는 딸의 특채 과정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국민 정서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최근 여권 내 핵심 이슈인 ‘공정(公正)’의 잣대에 정통으로 걸려든 셈이다.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공정한 사회’를 집권 후반기 핵심 가치로 선언한 이래 벌써 다수의 희생자가 등장했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3인은 본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공정’이라는 국민적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지난 2일 민주당 강성종 의원 체포동의안이 15년 만에 국회에서 전격 처리된 것이나 한나라당이 창당 이래 처음으로 의원(강용석)을 제명·출당한 조치도 ‘공정’ 프레임이 적용된 결과다. 앞으로 ‘제2의 유명환’ ‘제2의 강성종’이 등장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여권 안팎에서는 ‘공정한 사회’는 양날의 칼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먼저 여권을 향해 되돌아오는 부메랑 성격이다. 이 대통령도 5일 장차관 워크숍에서 “정부여당이 먼저 많은 고통과 피해를 볼 수 있다” “앞장서는 자가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대통령이 주창한 공정한 사회는 시의적으로 적절하다. 그런데 이것이 인사청문회를 거쳐 유명환 사태에 이르면서 오히려 현 정부의 굴레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야당이 국정감사 등에서 ‘이게 공정한 사회인가’라는 비판을 전가의 보도로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 공정이라는 기준이 지금까지는 야당보다 여권 내부에 적용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조금 다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똑같은 잣대를 정권 반대 측에 들이대더라도 반발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강성종 의원 체포동의안이 전격 처리된 이후 야당의 반발은 거의 없었다. 이 대통령도 “공정사회는 사회 지도자급이 지켜야 할 기준”이라고 명확히 했다.

이 때문에 이후 정치 외에 사회 문화 경제 등 각 분야에서 정권 차원의 ‘공정 바람’이 불어올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우리 내부의 살을 도려낸 마당에 야당이나 각 이익집단도 관행을 근거로 불공정한 요구를 계속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바람이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 아직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듯하다. 일각에서는 ‘대대적인 사정 바람’을 예측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 측은 “사정보다는 제도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는 우선적으로 사회 각 분야, 특히 공직사회의 기강이 잡히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공정한 사회를 후반기 국정운영 방침으로 선언했기 때문에 이를 변경하거나 철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제 공직자들이 더욱 신중하게 처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