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1단 한달새 ‘4000원’… 천정부지 과채류 어쩌나

입력 2010-09-05 18:23


“요즘 과일코너를 찾는 손님은 딱 두 부류에요. 붙어있는 가격표가 진짜 맞는 건지 묻고는 돌아서거나 제수용으로 한 개씩만 사가는 손님이에요.”

5일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만난 매장 직원의 말이다. 한반도를 휩쓴 태풍 곤파스는 소멸됐지만 채소·과일 코너 앞의 주부들은 ‘태풍 영향권’에 있는 것처럼 우왕좌왕했다. 채소와 과일 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쇼핑카트에 물건을 담지 못하고 주위만 맴도는 주부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강숙희(50·경기도 성남시 삼평동)씨의 쇼핑카트엔 가지 한 봉지와 파프리카 하나가 담겨 있었다. 무가 쌓여 있는 판매대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던 강씨는 결국 발길을 돌렸다. 강씨는 “불과 한 달 전 100g에 1500원하던 시금치가 지금은 4000원이고, 1000원 짜리 양배추도 2900원으로 올랐다”며 “어린이집 식단이 어쩔 수 없이 싼 채소들로 바뀌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맞은편에서 대파를 고르던 결혼 5년차 주부 이민영(34·서울 양재동)씨도 ‘한단 3100원’이라는 가격표에 흠칫 놀라 돌아섰다. 이씨를 지켜보던 한 주부도 “1주일 사이에 (같은 돈으로) 장바구니에 담는 채소가 반으로 줄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의도의 한 대형 할인점에서 아내와 주말 장보기에 나선 회사원 배모(45)씨는 “비를 맞았는지 품질도 떨어지는 상추 한 움큼(200g)이 무려 4000원”이라며 “오히려 고기 값이 채소보다 싼 편”이라고 했다. 이 할인점에서 포도 한 송이는 5000원 이상에 팔리고 있었다.

태풍 곤파스를 전후해 채소와 과일 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수요가 늘어난 데다 후속 태풍의 북상 소식에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겹쳤기 때문이다.

배추와 열무 등 채소는 비바람 속 출하작업이 어려운 데다 수확 이후 비를 맞으면 저장성이 떨어져 빨리 시드는 속성이 있다. 특히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경기도 평택 등 수도권에서 시설작물을 키워 공급하는 비닐하우스 피해가 발생하면서 상추, 시금치 등 가격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본보가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판매되는 채소 가격을 조사한 결과 상추 100g 가격은 무려 2160원으로 불과 1주일 전에 비해서도 600원 이상 뛰었다. 무 가격도 한달 사이 개당 900원에서 2500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고, 시금치 1단 가격도 같은 기간 1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랐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태풍 피해가 컸던 열무와 얼갈이 배추의 산지 가격도 태풍을 전후해 40∼60% 가까이 뛰었다”며 “봄철 냉해에 이어 가을 태풍까지 겹치면서 산지가격의 강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일값도 사정은 마찬가지. 태풍 곤파스 피해가 집중된 충남 지역의 경우 수확을 앞둔 배 사과 등 재배면적의 20∼30%가 낙과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또 태풍이 올 경우 출하물량 작업이 더 더뎌질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실제 피해보다 심리적인 가격 상승요인이 큰 만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동권 이용상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