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아직도 매 맞아요”… 교사들 “훈육 어떻게 하나”

입력 2010-09-05 18:35


서울의 한 고등학교 1학년 A군은 지난 2일 미술시간에 숙제와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아 지름 3㎝ 정도의 매로 손바닥 7대를 맞았다. A군은 수업 전 외출증을 받아 준비물을 챙기려 했다. 하지만 2학기부터 체벌이 전면 금지됐으니 벌이나 서면 그만이겠지라고 생각한 게 문제였다. A군은 자신의 블로그에 ‘체벌하지 않겠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라며 겪은 일을 올렸다. 그러자 교사에게 체벌을 당했다는 동조 댓글이 잇달아 달렸다.

체벌 전면 금지 방침 발표 이후 개학을 맞은 서울 시내 초·중·고교에서 훈육 방식을 둘러싼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교사들은 체벌을 대신할 수단을 찾느라 고심했지만 일부는 체벌을 고수했다. 일선 학교는 체벌 대안이 명확하지 않아 학칙 개정에 난감해했다.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블로그에는 5일 “2학기부터 체벌이 금지된 줄 알았는데 바뀐 건 하나도 없다”는 글이 수십건 올랐다. 중학교에 다니는 B군은 “비가 와 블라인드를 내렸는데 교사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뺨을 맞았다”며 “화풀이로 느껴지는 체벌이 매일 계속된다”고 글을 썼다.

개학 이후 서울시교육청에도 체벌이 계속되고 있으니 해당 교사를 처벌해 달라는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학교에서 체벌이 계속되고 있다”며 “체벌 금지 방침이 정착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훈육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울 목동의 한 고교 교사는 “수업시간에 떠드는 아이의 손바닥을 때리려니까 ‘체벌은 금지된 거 아니냐’고 대들었다”며 “체벌금지 발표 이후 교사들은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몰라 자포자기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의 한 중학교 교사는 “아이들에게 다짜고짜 벌점을 들이댈 수 없어 교과서를 30장 옮겨 쓰게 했다”며 “이런 방식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다른 중학교 교사는 “교육청이 벌점제를 추천하지만 중학교는 퇴학이 없어 학생들이 벌점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며 “체벌을 없애고 벌점제만 시행하라는 건 생활지도는 필요 없으니 공부만 가르치면 된다는 면죄부를 주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안이 마땅치 않으니 대다수 학교는 학칙 개정에도 난감해한다. 본보가 학칙 중 체벌 규정이 있는 서울 지역 중·고교 15곳에 문의한 결과 2곳만이 학칙 개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한도 촉박하다. 학칙을 바꾸려면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의견을 수렴하고 학교운영위원회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곧 추석 연휴가 시작돼 논의할 시간도 충분치 않다.

시교육청은 오는 7∼8일 체벌 규정을 삭제한 학칙 시안을 각 학교에 내려 보낼 예정이다. 그러나 교육청 시안은 벌점제로 퇴학당한 학생의 구제 방법 등 개괄적인 시스템 개선안에 그칠 것으로 보여 실효성이 의문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시안에 구체적인 체벌 수위나 기준은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시안은 참고 사항일 뿐인데 각 학교가 시안만 따를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임세정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