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감독회장 강흥복 인터뷰,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
입력 2010-09-05 17:24
[미션라이프]기독교대한감리회의 2년 내홍(內訌) 끝에 2명의 감독회장이 탄생했다. 저마다 ‘법’ 혹은 ‘수(數)’를 내세워 정당성을 주장한다. 각 진영의 수장이 선출됨으로써 감리교회는 다시 갈림길에 섰다. 극적인 타협이 나올 수 있고, 분열이 고착화될 수도 있으며, 진행 중인 재판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 세력이 급속히 와해될 수도 있다. 어쨌든 열쇠는 2명의 감독회장이 쥐고 있다.
감흥복 감독회장(본부 측)을 최근 서울 태평로 감리회 본부 16층 감독회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1시간 30분 간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열정적으로 교단 화합과 치유, 회복을 강조했다. ‘6·3총회’ 측과 대타협을 위한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감리교 사태의 원인은 뭐라고 보십니까?
“핵심은 감독제도에 있습니다. 감독회장에게는 타교단의 총회장과는 달리 막강한 힘이 주어집니다. 과욕을 부를 수 있는 거지요. 학연 정치도 문제입니다. 학교가 마치 정당처럼 돼 버려서야 되겠습니까. 금권 선거는 타락 선거입니다. 돈을 너무 많이 쓰고 있어요. 이게 다 신앙 양심의 실종 때문입니다. 정치가 아닌 선교에서 우리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합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복안으로 어떤 것들을 계획하시는지요?
“감독회장 임기가 4년인데 이미 2년이 지나갔습니다. 잃어버린 2년 몫까지 해 내야겠지요. 연회감독제 대신 연회장제를 도입하던지, 권역별 감독제를 도입하던지 선거제도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신학교 문제는 오래된 과제인데 감신대, 목원대, 협성대 등 3개 신학교를 통합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풀어볼 생각입니다. 다만 본부에 감신대 출신이 너무 많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는데 본부 직원들은 함부로 자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에요. 공석이 생기면 좀 더 균형있게 인사를 단행할 계획입니다.”
-6·3총회측과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것이 당장 급한 문제로 보입니다.
“저쪽도 실체가 있고, 김국도 목사의 지지자들도 많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 온 것은 어느 특정인을 반대하기 위함이 아니에요. 교리와 장정에 따른 법 정통을 지키려는 것이죠. 저쪽 분들도 이성과 지성, 영성이 있고 감리교회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봅니다.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습니다. 찾아오면 만나고, 필요하면 찾아가기도 해야겠죠. 믿음을 가지고 나가다 보면 멀지 않아 아름다운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국도 목사는 강 감독회장을 가리켜 “7분의 1의 지지를 받은 자에게 지휘권을 넘길 수 없다”고 했는데.
“그런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다만 전체 15%의 지지로 당선됐다는 것이 수치이거나 약점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7·13 재선거에서) 숱한 방해와 압력이 있었지만 투표권자 47%가 참여했어요. 그리고 치열하게 경합했던 3명의 후보가 결과에 승복하고 한 마음이 됐습니다. 저는 이 47%가 다 제 표라고 생각합니다. 김 목사는 장점이 많고, 탁월한 영성과 지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교단장에 오르면 좋겠다고 솔직히 생각합니다. (다소 목소리를 높이며) 그러나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한 것이고 누구나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김국도 목사와 대화가 이뤄진다면 내놓을 만한 대안이 있습니까.
“카드가 없지는 않은데…공개하는 것은 아직 이르겠지요.”
-6·3총회 측에서 제기한 감독회장 재선거 무효소송,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이 법원에 계류 중입니다.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저쪽이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서 김 목사가 바로 감독회장이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우리는 선교 전문가여야지, 소송 전문가가 되면 안 됩니다. 법적 투쟁은 끝내야지요. 사회 법정도 우리 교리와 장정을 근거로 잘 판단해 주리라 믿습니다.”
-현재 연회감독 선거가 진행 중인데요. 6·3총회측은 분열을 막기 위해 통합해서 치러야 한다고 요구합니다만.
“감독회장이 둘일 수 없듯이, 연회감독도 하나여야 되죠. 우리는 이미 일정을 확정하고, 후보 등록도 마쳤습니다. 연회감독 후보로 거론되던 인사 대부분이 우리 쪽에 등록을 했지요. 이제는 변경하기 어렵지 않겠어요? 감독 후보는 갑자기 ‘너, 나와’ 해서 급조될 수 없는 겁니다. 적어도 2∼3년 연회에서 물망에 오르고, 연회원들의 관심과 애정 속에 자기를 알려온 인사들이 출마하는 것이지요.”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가입을 추진하실 예정이십니까?
“한국은 2차대전 이후 경제와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거의 유일한 나라입니다. 감리교회가 소속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민주화에 기여한 것은 틀림없지요. 한기총은 군사정권 시절 친 정부적 인사들이 조직한 것이지만, 현재 민족을 섬긴다는 차원에서 분명히 할 역할이 있습니다. 감리교회가 한기총에 들어가서 잘못된 점이 있으면 고치고, 연합사업에 기여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같은 비상 상황을 수습하기에는 다소 강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웃으며) 나는 약하다는 말에 긍정합니다. 거기다가 추하기까지 합니다. 약하고 추하기에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고, 하나님도 약하기에 저를 쓰시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목소리를 높이고 싸운다고 해서 강하다고 할 수는 없겠죠.”
-한국교회나 감리교 구성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빛이 되라(光化)’는 뜻의 광화문 앞에, 서울의 중심에 감리교가 서 있어요. 그런데 지금의 감리교회는 오히려 빛의 반대쪽에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민족을 섬기지 못한 점, 자인하며 사과드립니다. 다른 교단에게도 우리 때문에 전도에 지장을 받지 않았는지 죄송한 마음입니다. 157만 감리교인들에게 말씀을 드린다면, 저를 택하신 이상 안일과 평안보다는 눈물과 희생, 땀방울이 필요합니다. 십자가를 함께 지자는 말씀입니다. 지금은 기쁨으로 단을 거두기보다 울며 씨를 뿌릴 때입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