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자원외교 속도戰 도사린 암초도 많다

입력 2010-09-05 18:27


남미 시장을 겨냥한 우리나라의 자원 외교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6일 볼리비아와 리튬 자원개발 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데 이어 30일에는 페루와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됐다. 8일에는 라파엘 코레아 달가도 에콰도르 대통령이 양국의 자원개발 및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방한한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해외 자원개발 시장 개척에 따른 관련 업계의 신규 프로젝트 수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해외시장 선점을 위한 정부 주도의 속도전이 자칫 경쟁국을 자극할 수 있어 치밀한 자원외교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5일 코트라와 무역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에콰도르 투자·수출 설명회’가 열린다.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현지 에너지 개발 및 인프라 건설 등 각종 프로젝트에 대한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요청하는 자리다. 특히 업계에서는 에콰도르와 베네수엘라가 공동 추진 중인 125억 달러(약 14조원) 규모의 마나비 정유공장 프로젝트의 한국기업 참여 가능성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지난 6월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에콰도르를 방문, 코레아 대통령을 만나 양국 간 에너지 분야 등의 협력증진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면서 “에콰도르 대통령이 방한한다는 것은 양국 간 투자협력이 어느 정도 가시화된 것 아니겠느냐”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와 함께 지난달 말 우리나라와 리튬개발 사업 참여 MOU를 체결한 볼리비아는 자국 내 ‘무툰광산’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 국내 최대 철강업체인 포스코에 참여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접경지대에 위치한 무툰 광산은 세계에서 7번째 규모인 약 400억t의 철광석이 매장돼 있는 곳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볼리비아 측의 제안은 아직까지 기초적인 단계라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기에는 이르다”면서 “관련 자료 등을 토대로 사업 타당성 등은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남미 자원개발 시장 진출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 경쟁국들 역시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 자원시장 진출에 혈안이 돼 있는 상황에선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개별 국가에서 추진 중인 각각의 프로젝트마다 공기업과 민간기업 간 협업체제를 한층 강화하고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정부는 민간기업의 해외자원 탐사와 개발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자원의 자주개발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남미 지역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자원개발 지역을 다각화하는 세부전략의 필요성도 제시됐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