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지주 ‘신상훈 해임안’ 이상기류
입력 2010-09-05 10:03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 해임 등 신한 사태의 결정권을 쥔 지주 이사회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신한지주의 뿌리인 재일동포 주주들이 긴급 모임을 열며 불만을 표시하는 등 신 사장 해임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르면 7일 이사회를 열고 해임안을 통과시키려던 신한지주는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자 해임안 자체를 상정하지 않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5일 신한지주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일본 오사카 주주 방문을 위해 급히 출국한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당초 주주들 모임에 들어가지 못하다 막판에야 참석했다. 이 행장의 참석을 반대하던 주주들은 “멀리서 왔으니 (신 사장 검찰 고발) 이유나 들어보자”며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주들은 신 사장 해임에 동의할 수 없으며 검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사카는 신 사장이 과거 지점장을 했던 곳이다.
일본 내 반발기류가 심해지자 신한지주는 이사회에 해임안을 상정하지 않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신한 측 관계자는 “재일동포 주주의 반대가 이어지면 해임안 상정을 보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임안 통과를 서두르다 반발을 부르기보다 신 사장의 혐의에 대해 상세히 보고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갖겠다는 의미다.
재일동포는 신한지주의 가장 큰 버팀목이자 밑바탕이다. 과거 자본금을 모아 직접 신한은행을 설립한 1세대는 물론 이들의 2~3세도 애사심이 깊고 대주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신 사장의 혐의 내용이 불확실하고 사전 논의 없이 급박하게 이뤄졌던 점 등 내용과 절차에 대해 모두 불만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지주 이사회는 12명으로 이뤄져 있다. 라 회장과 신 사장, 이 행장과 류시열 법무법인 세종 고문이 상근 및 비상근 이사를 맡고 있고 사외이사는 모두 8명이다. 재일동포 4명(김요구 삼양물산 대표, 김휘묵 삼경인벡스 전무, 정행남 재일한인상공회의소 고문, 히라카와 요지 선이스트플레이스 코퍼레이션 대표)이 포함돼 있다.
이사회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과반수 참석, 참석자의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전체 이사가 모두 참여할 경우 신 사장 해임을 위해서는 7명이 찬성해야 한다.
일단 필립 아기니에 BNP파리바 아시아리테일부문 본부장은 신 사장에게 우호적이어서 기권 내지 해임반대 의견을 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재일동포 4명이 반대를 던지면 신 사장은 6표를 확보하게 된다. 이사회 감사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해임찬성 여부도 미지수다. 감사위원장인 윤계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와 의장 겸 감사위원인 전성빈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도 고소 전 미리 신 사장 혐의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사위조차 모르게 진행된 고소에 이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