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 1·2등급 훈장 ‘독식’… 교사는 5등급도 어려워

입력 2010-09-05 18:40


퇴직 교원에게 수여하는 훈·포장 포상에서 대학 총장 출신이 교사나 일반 교수에 비해 특혜를 받고 있다. 대학 총장을 지낸 사람은 퇴직할 때 최고 예우인 1·2등급의 훈장을 받는 영예를 누리지만 교원들은 32년을 근무해도 가장 훈격이 낮은 5등급 훈장도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평생을 교단에 몸 바쳤던 교원들이 퇴직할 때 서열화된 훈·포장 제도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정부포상지침에 따르면 교수로 15년 이상 근무하고 대학 총장을 지내면 퇴직할 때 최소 2등급 훈장을 받게 된다. 1등급과 2등급이 나뉘는 기준도 훈·포장의 원래 취지와 다른 월급 기준이다. 학계·교육계에 미친 공적보다 호봉이 더 중요한 것이다.

공무원 보수규정에서 특1호봉(월 594만6800원) 이상을 받았던 총장은 1등급인 청조근정훈장을 퇴직할 때 받는다. 특2호봉(월 584만800원)을 받던 총장은 황조근정훈장을 받는다. 대학 총장의 월급이 600만원을 넘는 현실을 감안하면 거의 모든 총장이 퇴직할 때 교육공무원으로서 최고 영예인 청조근정훈장을 받게 되는 셈이다. 대학 총장을 지내지 못한 교수는 교사와 예우가 같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우리 교육발전에 크게 헌신하고 지난달 말로 퇴임한 각급 학교 교원 4182명에게 훈·포장 및 표창을 수여했다. 이번 포상에서도 청조근정훈장은 이장무 전 서울대 총장,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 김성영 전 성결대 총장, 강창석 전 동의대 총장, 장수영 전 포항공대 총장에게만 돌아갔다. 그러나 일반 교사나 교수는 청조근정훈장을 받을 통로조차 막혀 있다. 교원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영예의 훈장은 2등급(황조근정훈장)이다. 그것도 40년 이상 재직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빈약한 예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훈·포장 기준이 되는 재직 기간이 너무 길다. 훈장을 받으려면 33년을 채워야 한다. 30년을 교단에 있어도 훈장이 아닌 포장을 받는 게 현실이다. 오로지 재직 연수를 기준으로 하는 지침도 시대에 뒤떨어졌다. 얼마나 헌신적으로 학생을 가르쳤는지는 무시되는 것이다.

특히 요즘은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임용고시 등을 통해 교사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교사 정년이 만 62세인 점을 감안하면, 훈장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기준 33년을 채우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5일 “산간 오지에서 평생을 바친 교사가 대학 총장에 비해 국가나 사회에 미친 공적이 적다고 할 수 없다”면서 “교원의 훈격을 높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적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재직 기간을 현실에 맞게 줄이는 방향으로 훈격 결정 기준을 바꿀 것을 조언했다. 공무원 훈·포장을 담당하는 행안부 관계자는 “훈장의 가치를 높이려면 기준이 엄격해야 하기 때문에 재직 기간을 당장 줄이기는 어렵다”면서 “대학 총장의 예우가 지나치고 월급이 기준인 점은 주무부처인 교과부가 개정을 요구하면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규정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개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윤해 임성수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