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1차 전형자 모두 탈락시켜…장관의 딸 성적표 구비 시간 벌어주기?

입력 2010-09-06 00:30

행정안전부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 의혹 관련 특별감사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특채 심사를 맡은 인사들이 사전에 유 장관 딸의 신분을 알았느냐를 비롯해 전형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는지 등이 규명 대상이다. 감사 결과에 따라 외교부 간부들에 대한 대규모 징계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딸 신분 정말 몰랐나, 거짓 해명 의혹도=외교부 당국자는 사건 초기 “심사위원들은 지원자가 누군지 모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심사위원 5명 가운데 외교부 간부가 2명 포함됐고, 최소한 이들은 유 장관 딸의 신분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장관 딸이 외교부에서 3년 동안 3개 부서를 돌며 근무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 심사위원 3명도 유 장관 딸의 신분을 알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유 장관은 사태 발생 직후 “장관 딸이기 때문에 더 엄격히 심사했을 것”이라며 심사위원들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점을 암시했다.

1차 지원자 8명 모두 부적격자였을까=1차 전형에서 외국어 성적 증명서를 준비하지 못한 유씨를 위해 다른 응시자 전원을 고의로 탈락시켰는지가 핵심이다. 외교부는 유씨가 영어 성적표를 제외하면 다른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는 유일한 지원자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탈락자 중에는 박사학위 소지자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와 마찬가지로 영어 성적이 1차 탈락 요인이었다. 그러나 유 장관은 지난 3일 “1차에서 딸만 자격이 됐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외교부는 개인정보라는 이유를 들어 다른 지원자들의 구체적인 경력과 영어 성적을 공개하지 않아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장관 따님’을 위한 맞춤형 전형인가=석사학위만 소지한 유씨를 위해 특채 조건을 낮췄는지가 포인트다. 외교부는 지난해 9월 실시한 ‘FTA(자유무역협정) 통상 전문계약직 공무원 특별채용시험 공고’에서는 국내외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 또는 관련 분야 박사학위 취득자로 자격을 제한했다. 그러나 유씨가 두 번째로 지원한 지난 7월 1일자 특채 공고에는 ‘석사학위 취득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력자’로 자격을 완화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지원 요건은 수시로 달라진다”면서 “유씨 전임자의 경우 석사학위에 경력 1년으로 합격해 올 7월까지 일했다”고 해명했다.

2006년 6월 2년 기한으로 FTA 무역규범과에 채용된 유씨가 계약을 2년 연장하며 인도지원과 등 다른 부서에서 근무한 것도 논란거리다. 유씨 재계약은 유 장관이 취임한 2008년 2월 이후 이뤄졌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