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전역서 ‘집시추방 반대’ 첫 대규모 시위
입력 2010-09-05 18:50
프랑스 정부의 집시 추방 정책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4일(현지시간) 파리 등 프랑스 전역과 유럽 각지에서 처음 열렸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파리 도심에는 정부의 집시촌 폐쇄 조치로 집을 잃은 집시 40명을 선두로 약 5만명(경찰 추산 1만2000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모였다. 추방된 집시들과 같은 알제리 혈통인 한 프랑스 여성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민자들이 범죄와 연결됐다고 주장했지만 나처럼 교육받고 일하며 세금을 내는 이민자도 있다”면서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항상 낙인찍힌다”고 울분을 토했다.
집시음악을 틀고 집시들이 타는 흰 마차를 앞세운 시위대는 항의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집시뿐 아니라 인권운동가들과 인종차별반대단체, 노동조합, 좌익정당들도 시위에 동참했다. “프랑스는 인종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에게 법적 평등을 보장한다”는 프랑스 헌법 1조를 몸에 쓴 채 시위에 참가한 제닌 오트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와의 인터뷰에서 “사르코지 대통령 자신이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노조는 사르코지 정권이 예산 편성과 관련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부르카 착용 문제를 이슈화한 것처럼 이번에도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집시를 추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연금개혁안이 의회에 제출되는 6일 대대적인 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시위는 프랑스와 유럽 각지 135개 도시와 마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영국 런던과 벨기에 브뤼셀 주재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도 시위자들이 피켓 등을 들고 사르코지 정부를 비판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도 프랑스 대사에게 전달할 항의서한 낭독식이 열렸다.
이번 시위는 지난 7월 말 사르코지 대통령이 범죄 근절을 목표로 불법 집시촌 폐쇄와 집시 추방, 치안 위협 이민자들의 시민권 박탈 등을 내용으로 하는 새 치안정책을 발표한 이후 처음 열렸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의 여론조사 결과 집시 추방 찬성이 60%를 넘어 논란은 확산될 전망이다.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