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한흠 목사 보내고 처음 맞는 사랑의교회 주일 풍경
입력 2010-09-05 17:27
5일 오후 1시20분.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로 향하는 길은 여느 주일처럼 붐볐다. 교통봉사자들은 근조 리본을 달고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고, 다수의 성도들은 검은색 옷을 입고 지나갔다.
교회는 ‘작은 예수’의 삶을 살았던 옥한흠 목사를 조명한 16면짜리 타블로이드판 신문을 만들었다. 지하 예배당으로 들어서자 ‘예수님의 신실한 제자가 되기를 원합니다’라는 검은색 플래카드가 한눈에 들어왔다. 예배 전 분위기는 차분했다.
오후 2시 예배 20분 전 검은 양복차림의 찬양인도자가 “옥한흠 목사의 소천 애도주간이니 원로목사님이 가신 그 귀한 제자의 삶을 가자”며 ‘순교자의 삶’ 찬양을 불렀다. 교회는 주보에는 옥 목사의 생애를 짧게 요약한 ‘작은 예수로 사신 그 발자취’와 오정현 목사의 글로 고인의 위대한 행보를 기억했다.
이어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가 나서 디모데후서 4장6~8절 말씀을 본문으로 ‘나의 달려갈 길을 잘 마치고’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1부(오전 6시)부터 6부(오후 4시)까지 강단을 지켰다.
강단에 선 오 목사는 눈물부터 훔쳤다. 그는 “제가 감정을 절제하고 6부까지 인도해야 하는데 찬양대의 찬송 듣는데 옥 목사님의 35년 사역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라”면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한국에서 의료 선교를 위해 헌신하고 양화진 선교사 묘지에 묻힌 루비 캔드릭 선교사(1883~1908)와 미국 바이올라대 클라이드 쿡 전 총장, 바울 사도의 예를 들며 옥 목사의 위대한 삶을 증언했다. 그는 “옥 목사님이 목회의 난관 속에서도 제자훈련의 정도를 고수하시며 끝까지 믿음의 경주를 완주하셨다”면서 “바울처럼 한 사람을 온전한 제자로 세우고 말씀을 전하기 위해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녹아내리는 인생을 사셨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오늘 본문처럼 달려갈 길을 잘 마치기 위해선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 필요하다”면서 “인생의 거친 파도를 다 거치고 난 다음엔 안식이라는 항구에 도달한다는 섭리를 깨달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바울은 하나님 나라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모두 쏟아 붓는 관제의 삶을 살았다”면서 “주님과 함께 있는 것이 좋으면 우리의 삶이 관제와 같은 헌신의 삶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관제(Drink offering, 전제)란 구약의 제사에서 제물에 포도주나 술, 기름, 피 등을 붓는 의식을 말한다. 신약에서 바울은 빌립보 교인들의 믿음이 자라는 것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까지도 바치겠다는 의미로 사용했다(빌 2:17).
그는 신앙의 경주를 잘 달려가기 위해선 믿음의 선한 싸움이 필요하며 하나님이 주시는 상급을 바라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목사는 “죄의 본성과 유혹, 마귀와의 영적 전투에서 승리할 때 결국 달려갈 길을 잘 마칠 수 있다”면서 “하나님이 주시는 면류관의 상급을 기대하고 선한 싸움을 싸우는 우리가 되자”고 말했다.
그는 설교 마지막에 평소 옥한흠 목사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읊었던 기도문을 낭독했다. “자비로우신 하나님 아버지, 나의 일생이 내 맘대로 사는 생이 아니라 하나님이 선을 그어놓은 법대로 마지막까지 시종일관 같은 삶 되길 원합니다. 주님이 원하시면 나의 건강과 시간, 생명을 바칠 준비가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왕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한평생 선한 싸움 싸우고 달려갈 길을 잘 마치는 바울처럼 되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인생이 마치 관제와 같이 부어진다 할지라도 마지막 산제사가 되게 하소서. 육체의 죽음이 얻는 영원한 힘을 누리며 하나님 나라에 입성하는 자유를 얻게 하소서.”
이어 생전의 옥 목사의 모습이 담긴 3분짜리 동영상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났다. 사랑의교회는 6일 오전 11시 교회에서 홍정길 목사를 설교자로 천국환송예배를 드리며, 오후 3시 경기도 안성 사랑의교회 수양관에서 하관예배를 드린다. 교회는 19일까지 추모기간으로 정했으며, 조만간 추모사업회를 발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글·사진=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다음은 주보에 실린 오정현 목사의 글.
‘예수님의 신실한 제자가 되겠습니다’ -사랑하는 목사님을 보내드리며
우리가 그토록 따르기를 원했던 옥 목사님, 한국 교회의 자랑이자 자부심이었고, 사랑하는 남편, 동역자들의 멘토이며, 존경받는 목사님께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이 땅에서의 모든 수고와 짐을 내려놓고 지난 목요일 아침 하나님 품에 안기셨습니다.
순수했던 20대 초에 만났던 목사님은 제 가슴에 여전히 청년처럼 함께 계시기에 이 땅에서 목사님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을 제 몸은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주 동안 저는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같은 고통으로 마음 아파하는 유가족에게 위로의 하나님의 은혜가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한달 여 동안 교회는 목사님의 회복을 위해 엎드려 집중적으로 기도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하나님께서는 이 기도를 우리의 미진한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사랑의교회를 운명공동체로서 하나로 묶는 시간이 되게 하셨습니다. 사랑의교회를 가슴에 안고 떠나신 목사님은 당신을 위한 우리들의 기도 속에서 오히려 마지막까지 사랑의교회를 더욱 든든히 세우는 일에 자신을 희생하며 떠나셨습니다.
목사님의 고통은 우리의 기도가 되었고, 기도는 사랑의교회를 하나로 묶는 은혜의 삼겹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목사님을 위해 기도 드렸지만, 목사님은 떠나시는 순간까지 기도의 제물이 되어 우리를 하나 되게 하는 거룩한 희생이 되었습니다. 언제나 저희들에게 예수님의 작은 제자가 되라고 말씀하셨던 목사님, 그 가르침을 가슴 깊이 받아 저희들은 예수님의 신실한 제자가 되겠습니다.
김영순 사모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이 땅에서 백번이라도 목사님과 함께 하고 싶지만 하나님께서는 “고생 많이 했다. 일 많이 했다. 수고하고 힘썼다. 그러니 이제는 내 곁에서 쉬라”고 하시는 것으로 알고 사랑하는 목사님을 보내드립니다. 저와 사랑의교회는 목사님께서 가르치신 제자훈련의 사역이 한국교회와 세계 교회에서 더욱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하여 잘 이어가겠습니다.
내일 오전 11시에 드려지는 천국환송예배가 목사님을 보내드리는 우리의 애절한 슬픔을 하나님의 크신 위로로 채우는 승리의 시간, 감격스러운 영광의 시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주후 2010년 9월5일
부활의 영광스러운 그 날 사랑하는 목사님을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오정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