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차질 불가피… 수장 공백탓 한·러회담, 유엔총회 채비 난항

입력 2010-09-06 00:29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예기치 않은 불명예 퇴진으로 외교적 파장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10일 한·러 정상회담에 외교장관이 나서지 못한다. 러시아와는 천안함 사태 후 다소 매끄럽지 못한 관계였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천안함 후속 대응과 북핵 문제, 경제·에너지 협력관계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될 전망이었다. 신각수 외교부 제1차관이 참석할 것으로 보이지만 외교 수장의 공백을 메우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오는 23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준비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유 장관은 25일 기조연설을 준비하고 있었다. 특히 이번 총회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중국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의 6자회담 관련국 순방 등 대화 재개 흐름과 미국의 추가 금융제재 등 대북제재 강화 흐름이 맞부딪히는 시점에서 열려 중요도가 한층 강조됐었다.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도 차질이 우려된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G20정상회의준비위원회가 독자적으로 행사를 준비해 왔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G20 회의 개최가 확정된 후 유 장관은 G20 회원국들과 우호적인 외교관계를 형성하는 데 주력해 왔다. 추후 준비 과정에서 혼선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장관 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각료 임명제청권을 가진 총리가 공석이 됐다. 총리 임명 절차가 마무리돼야 외교부 장관에 대한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최장 두 달 가까이 공백이 이어질 수 있다.

외교부는 5일 오후 6시 천영우 2차관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열었다. 외교부가 반성할 문제와 향후 대응 방안을 놓고 밤늦게까지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천 차관이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치기도 하는 등 침통한 분위기 속에 격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분위기는 ‘침통’ ‘자숙’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현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한편 유 장관 후임으로는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0순위’로 거론된다. 그는 2년여 동안 외교안보수석을 맡고 있기 때문에 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이태식 전 주미 대사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2005년 9월 대사에 임명돼 3년 넘도록 대미 관계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업무를 관장해 왔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 임성준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이규형 전 주러시아 대사, 천 차관 등도 후보군에 이름이 올라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