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동코이노니아 송병준 원장 “재능있는 지적장애인 화가로 키우고 싶어”

입력 2010-09-05 19:15


지적장애인의 국전이라고 할 수 있는 제1회 대한민국 지적장애인 미술대전이 지난달 31일부터 6일까지 서울 인사동 서울미술관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 미술대전의 숨은 주인공은 사회복지법인 온누리복지재단 산하 번동코이노니아 장애인보호작업시설 송병준(68) 원장이다.

미술대전의 상임 위원을 맡고 있는 송 원장은 지적장애인의 인격이 일반인과 같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정부의 문을 두드렸다. 때마침 문화체육관광부에 장애인문화체육과가 신설되면서 송씨의 제안이 받아들여졌다. 전국에서 406개의 작품이 출품됐고 이 가운데 75개 작품이 입선작품으로 뽑혔다. 이 중 뛰어난 미술적 재능을 보인 9개 작품은 입상작으로 선정됐다.

송 원장은 장애인시설 등에서 실시하는 미술치료 과정에서 지적장애인은 탁월한 표현능력과 치유의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이를 통해 그림을 배우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지적장애인의 어둡던 그림이 밝아지고 만화, 유화, 데생 등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지는 것을 보면서 여기서 그만두면 이 모든 것을 볼 수 없게 된다는 절박감을 가졌다”며 “사회에서 인정받는 화가로 키우기 위해 주 3회 대학 강사로부터 색채와 기법교육을 받게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신여대 미술학과, 서울산업대 조형미술과, 평택대 영상미술학과 학부 학생 및 대학원생과 강사 등이 전시를 앞두고 4주 동안 주 3회 4∼5시간씩 합동작업을 실시한 효과가 컸다고 설명했다. 지적장애인들도 대학캠퍼스에 처음으로 찾아가 워크숍을 통해 작품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공부했다.

송 원장은 “지적장애인들이 고등학교 때까지는 그림을 배우지만 이후에는 실력이 있어도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대학은 못가더라도 미술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적장애인 예술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지적장애인들은 보호 작업장에서 일하면 월 5만∼10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그가 운영 중인 번동코이노니아에서 생산된 지적장애인들의 작품은 수십만원을 호가한다. 지적장애인의 작품이 샘터 표지 등에 실려 전국의 모든 서점에 비치되면서 서서히 지적장애인들의 미술이 알려지고 있다. 작품이 각종 소식지나 사보 등에 실릴 경우 수십만원의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어 지적장애인들의 꿈도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송 원장은 “서울에서 시작된 지적장애인 미술대회를 올해 처음으로 전국 규모로 확대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발굴할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1등에 뽑은 경기도 명현학교 신경선(19·지적장애 2급)씨의 작품 ‘인디언공주가 된 나의 모습’은 온누리복지재단 대표이사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신씨의 그림에는 지적장애인 특유의 맑고 순수함이 한껏 담겨 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