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받는 인터넷 ‘개방성’… 기업 스스로 내부적으로 ‘제한’ 사례 늘어
입력 2010-09-05 18:49
“웹은 죽었다.”
미국 월간지 ‘와이어드’ 9월호 커버스토리 제목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5일 “와이어드의 표현이 다소 지나치긴 했지만 인터넷이 개방성과 보편성을 잃고 있는 건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구글 검색 차단과 같은 정부 차원의 통제만이 문제가 아니다. 휴대전화와 무선통신망 이용이 늘면서 인터넷 기업이 스스로 ‘개방과 공유’라는 인터넷의 원칙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터넷의 발상지인 미국에선 4일(현지시간) 최대 생활정보 사이트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에 ‘검열됨(Censored)’이라는 검은 띠가 등장했다. 성매매·인신매매가 이뤄진다는 지적을 받은 성인 광고를 차단한 것이다. 크레이그리스트는 ‘폐쇄’ 대신 ‘검열’이란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불만을 드러냈다. 와이어드는 “신문 잡지에 성매매 광고가 범람하는데 유독 크레이그리스트만 비난 받는다”며 “성매매 문제는 웹 검열이 아니라 정부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콘텐츠에 따른 인터넷 접속 차별을 금지하는 ‘망 중립성(Net Neutrality)’ 원칙도 흔들리고 있다.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과 통신업체 호라이즌이 지난달 무선통신에 한해 망 중립성을 포기할 수 있다는 데 합의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무선통신 사용량 급증에 따른 고육책이다.
정치권은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폭스뉴스처럼) 보수적인 기존 미디어의 뉴스엔 빠르게 접속할 수 있지만, 진보적 의견이 많은 블로그 사이트 접속을 느리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 중립성 유지 문제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긴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애플은 아예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등 거의 모든 자사 제품에 사용되는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을 일일이 검열하고 있다. 애플 허가 없이는 판매가 불가능하다. 누구나 접속 가능한 웹보다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사례가 더 늘고 있어 비판이 점차 커지고 있다.
상업적 서비스 유지를 위해 개방성과 보편성이라는 인터넷 원칙을 포기해야 하는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여기에 인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이메일 검열을 위해 블랙베리 스마트폰 이용을 제한하는 등 국가 차원의 통제도 확산 추세다. 이코노미스트는 “인터넷의 상업적 이용을 허용한 1995년 이후 15년 만에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이 ‘장벽으로 둘러싸인 웹(Walled Wide Web)’으로 전락할 위기에 직면했다”고 우려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