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IT 빅뱅 주도”-LG전자 “기술로 승부”
입력 2010-09-05 18:02
세계 TV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0’에서 핵심 주인공이자 해외 업체들의 집중 견제 대상이다. IFA를 찾은 두 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쏟아지는 현지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여유와 자신감을 보였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유럽 경제가 어려워 참가 업체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지만 한국 기업은 조금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고, 강신익 LG전자 HE사업본부(TV 담당) 사장은 “소니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고 애플의 TV사업 진출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남들을 쫓아가는 것은 쉬웠지만 이제 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입장이 돼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IT(정보기술) 산업에 모바일, 미디어, 애플리케이션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삼성전자가 IT 빅뱅의 선두주자로 스마트 크리에이터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각각 1000만대와 100만대를 판매한 LED TV와 3D TV에 이어 스마트TV(인터넷과 TV가 결합된 차세대 TV) 시대를 주도하는 한편, ‘갤럭시탭’으로 스마트 모바일 혁명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갤럭시탭은 삼성전자가 이번 IFA에서 처음 선보인 터치스크린 방식의 태블릿PC다.
최 사장은 그러나 자만심으로 한순간에 시장주도권을 잃는 ‘선도기업 딜레마’를 경계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지금 변곡점에 와 있다”며 “계속 혁신하지 않고 안주할 경우 자만심이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복귀에 관해 최 사장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주인이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퍼포먼스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은 일본 기업의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면서 “삼성전자는 올해 20조원, 내년엔 30조원 규모의 투자를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의사결정처럼 전문경영인이 하지 못하는 큰 결정을 이 회장이 한다”고 말했다.
강 사장도 이날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올 상반기엔 부품 부족과 환율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하반기 들어 외부 환경이 개선되고 있어 연초 설정한 평판TV(LCD, PDP TV 통칭) 2900만대 판매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평판TV 판매목표를 4000만대로 잡았다. LCD TV 3500만대, PDP TV 500만대다. 시장점유율을 15%로 높여 TV시장 리더십을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강 사장은 “(3위로 뒤처진) 소니가 LG를 따라잡기 위해 저가공세를 펴고 있지만 오래 끌고 가지는 못할 것”이라며 “금액과 수량 모두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자신감의 근거는 기술력이다. 강 사장은 “화질과 디자인에서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엔 신제품 출시가 경쟁사보다 한 박자 늦곤 했지만 3D와 스마트TV에선 그렇지 않다”면서 “특히 사용자 편의성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스마트TV의 차별화 전략으로 세계 TV시장에서 대변혁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내년 출시 제품의 3분의 1 이상에 스마트TV 기능을 적용할 계획이다.
베를린=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