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때문에 분신 기도하다 고시원에 불내…11명 중경상
입력 2010-09-06 00:34
서울 송파경찰서는 5일 사채 빚 때문에 목숨을 끊으려다 고시원에 불을 내 10명을 다치게 한 혐의(현주건조물 방화치상)로 술집 여주인 박모(2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는 오전 5시9분쯤 서울 신천동 한 고시원 건물 3층 복도 입구에서 1ℓ 크기의 플라스틱 생수통 2개에 담아 가지고 있던 휘발유를 쏟고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낸 혐의다. 건물은 지상 5층 가운데 1층은 상점, 2∼3층은 객실 43개 규모의 고시원, 4∼5층은 가정집이다.
이 건물 지하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박씨는 사채로 불어난 빚 7000여만원을 갚지 못하자 옥상에서 분신할 계획이었다. 박씨는 “자살하려고 옥상에 올라갔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계단을 내려가던 길에 라이터를 만졌는데 이때 불꽃이 튀어 휘발유가 묻은 몸에 불이 붙었다”며 “이 때문에 놀라 불이 옮겨 붙은 휘발유통을 고시원 복도로 던졌다”고 진술했다.
화재로 박씨와 고시원생 8명 등 11명이 중경상을 입고 삼성동 서울의료원 등 강남 일대 병원 3곳으로 옮겨졌다. 3층 객실에 있던 하모(41)씨는 불길을 피하려고 아래로 뛰어내려 갈비뼈 12대가 부러지고 머리를 크게 다쳤다. 정모(51)씨 등 다른 고시원생 7명과 5층 주민 2명은 얼굴과 팔다리에 1∼2도 화상을 입거나 연기를 들이마셨다. 박씨는 허벅지부터 발끝까지 두 다리에 화상을 입었다.
고시원생 1명과 다른 주민 4명은 화재 경보음을 듣고 옥상으로 피해 화를 면했다. 12분 만에 꺼진 불은 고시원 3층의 23개 객실 150㎡ 가운데 40㎡를 태웠다. 경찰은 박씨가 계단을 오르내리는 감시카메라 녹화 영상을 확보하고 박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