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보다 몸… 운동용품 불티·책은 찬밥
입력 2010-09-05 18:14
회사원 조모(41)씨는 지난 4월 동료 직원들과 뜻을 모아 사내 야구단을 창단했다. 사내 게시판을 통해 회원을 모집했는데 20명 넘게 참여했다. 야구용품만 구입하는 데 1인당 8만5000원씩, 약 200만원 가까이 들었다. 조씨 등은 “실력을 좀더 갖춘 뒤 사회인 야구 리그에 참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경기가 점차 회복되고 올해 월드컵·야구·몸짱 열풍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면서 스포츠용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스포츠용품 관련 산업 성장률은 2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서적 판매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올해 사람들의 관심은 책보다는 몸이 우선이었다.
한국은행은 2분기 국민소득 통계에서 스포츠용품 판매치를 포함하는 ‘가구 및 기타제품 제조업’ 총생산액(GDP)이 1조392억원으로 1분기(9276억원)보다 12.0% 올랐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4.0%나 급증했다.
전기 대비로는 1986년 1분기 18.1% 이후 가장 높았으며 전년 동기 대비 역시 2000년 1분기(24.7%)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한은 신승철 과장은 “가구에서는 차량용 내장가구가, 기타제품으로는 스포츠용품 판매가 크게 늘어 가구 및 기타제품업의 성장을 이끌었다”며 “특히 스포츠용품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신 과장은 “경기 회복으로 소비심리가 살아난 데다 축구와 야구의 인기가 동반 상승하고 몸짱 열풍도 어느 때보다 강하게 불면서 전체 스포츠용품 판매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국내 최대 할인 매장인 이마트의 경우 올 2분기 스포츠용품 매출 증가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6% 늘었고 특히 월드컵의 영향으로 축구용품 매출은 74.6% 급증했다.
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데 반해 신문·서적 등 출판업의 성장은 지지부진하다. 한은에 따르면 출판 방송 영화 정보서비스업 성장률은 전분기보다 1.9% 감소해 2007년 1분기(-3.6%)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통계청의 자료에서도 출판업의 경우 2분기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5.0% 감소했다. 4∼6월 석달간 월별 성장률도 모두 마이너스 신세를 면치 못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스포츠와 출판업의 엇갈린 성장세에 대해 “몸매와 건강에 대한 열기가 지식 욕구를 뒤덮은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