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예수는 누구인가
입력 2010-09-05 19:23
(10) 하나님 나라와 예수의 길
독일로 돌아오면서 비행기 안에서 마가복음을 읽었다. 삼청동 찻집에서 헤어지면서 선배가 해준 말을 생각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마가복음이 말하는 예수의 길에서 심장이라는 말이다.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다. 마가는 자신의 복음서에서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하나님께서 직접 증언하셨다고 쓴다. 예수가 걸어가는 길은 하나님 아들의 길이다. 그 길이 어떨까? 전능자의 아들이 걸어가는 길이니 영광과 권능이 가득할까? 어떤 특별한 일이 일어날까?
마가복음에서 1장 14∼15절이 서론의 핵심이요 결론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보인다. “요한이 잡힌 후 예수께서 갈릴리에 오셔서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여 이르시되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하시더라.” 예수께서 본격적으로 공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예수가 사람 몸을 입고 세상에 오신 목적이 여기에 명확하다.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복음을 믿고 그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 되라는 것이다. 예수의 나라는 이 세상의 어떤 나라가 아니었다. 예수는 혈통으로는 유대인이었지만, 이스라엘 민족의 나라를 세우거나 강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며, 그래서 당연히 하나님의 나라를 전하려고 오신 것이다.
1장 14∼15절을 중심으로 앞뒤 내용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비행기가 인천공항을 이륙해서 40여 분이 지나고 있었다. 13절에는 예수께서 40일을 광야에서 지내면서 사탄에게 시험을 받았다고 기록돼 있다. 사탄과 싸웠다! 하나님의 나라와 사탄의 나라는 물과 기름일 수밖에 없을 테다.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니까 하나님 나라를 전하는 것이고, 이로써 사탄과 싸우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1절 이하에 보니까 예수가 가버나움의 회당에서 말씀을 가르치면서 어떤 사람 안에 있는 더러운 귀신과 충돌한다. 예수는 더러운 귀신을 꾸짖어 쫓아낸다. 32절부터 이어지는 몇 절에도 예수가 많은 귀신을 쫓아낸다는 표현이 있다.
하나님 나라를 전하니 사탄의 나라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예수가 걷는 길은 사탄과 싸우는 길이요 악한 영의 세력과 충돌하는 길이다. 예수가 걸어가는 길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예수는 그 길을 함께 걸어갈 사람들을 제자라 부른다. 공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곧이어 시몬과 안드레 형제를 부른다. 역시 형제간인 야고보와 요한을 부른다. 네 사람 모두 어부다. 마가복음 2장으로 넘어가면 세리 직업을 가진 레위를 부른다. 3장에 보면 처음에 부른 이 사람들을 비롯하여 열두 명의 제자를 세운다. 세우는 목적이 이렇다. “자기와 함께 있게 하시고 또 보내사 전도도 하며 귀신을 내쫓는 권능도 가지게” 하려고.
제자들이 예수의 길을 같이 잘 걸을까? 하나님 나라를 전하는 것, 곧 전도하는 일과 이 일에 필요한 사탄과 싸우는 일을 제대로 해낼까? 예수는 하나님 나라의 길을 가는데, 제자들이 겉으로는 같이 있지만 실상 자신의 이해관계를 저울질하며 세상의 나라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아닐까? 사실이 그랬다. 제자들은 예수의 충실한 동행자는 아니었다. 마가복음을 조금만 주의 깊게 읽으면 제자들이 걸은 길이 예수의 길과 엇갈린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예수의 길이 굉장히 고독하다는 것도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