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한銀 애써 쌓은 위상 무너뜨릴 텐가

입력 2010-09-05 17:43

국내 자산 규모 3위의 신한은행이 휘청거린다. 신한은행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배임과 횡령 혐의로 고소한 이후의 사태다. 지난 2일 고소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한지주 주가는 불과 이틀 만에 약 7%나 폭락했고 금융주 시가총액 1위 자리에서도 밀려나고 말았다.

신한은행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줄고 있는 셈이다. 설립된 지 채 30년이 되지 않지만 2006년엔 100년의 역사를 가진 조흥은행을 흡수 합병하는 등 짧은 기간 괄목할 정도로 성장해 왔고 지배구조도 안정적으로 유지해 온 것으로 평가됐던 만큼 고소 사태는 시장에 적잖은 충격이었다.

금융권은 이번 사태가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 및 이백순 신한은행장 측과 신 사장 간의 갈등에서 빚어졌다고 본다. 글로벌 경쟁 체제가 날로 격화되는 때에 내부 결속을 통한 지배구조 안정을 도모해도 시원찮을 판에 최고경영자들 간의 진흙탕싸움이 사실이라면 정말 큰일이다.

은행 측은 신 사장이 신한은행장 시절에 처리한 950억원 대출과 관련해 배임 혐의를 제기하고 있으나 신 사장은 극구 부인한다. 고소에서 제기된 신 사장의 혐의는 검찰에 의해 가려지겠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의문이 꼬리를 문다.

950억원 대출 건은 지난해 가을 거론됐는데 왜 이제 문제로 삼은 것인지, 제기된 문제를 은행의 비공식 라인에서 조사한 것도 의문이고 조사 결과를 사외이사 등 이사회에 사전에 알리지도 않고 언론에 먼저 발표한 이유는 또 뭔지. 게다가 은행 측은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 사장 해임을 꾀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권력다툼의 냄새가 진동한다.

은행이 관료처럼 군림하던 1981년 고객 친화형 영업 전략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등장해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그룹으로 자라온 신한은행이 애써 쌓아온 위상을 하루아침에 내동댕이칠 상황에 섰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신한은행이 주주와 고객 그리고 금융시장에 그나마 폐를 덜 끼치자면 조속한 사태 수습뿐이다. 검찰의 신속한 수사와 더불어 신한은행의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