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하지 않고 주일예배만… 개인주의 탓만 할 것인가
입력 2010-09-05 19:35
나 홀로 크리스천 솔리스천 아시나요
# 3년째 교회에 출석하는 김선미(29·주부)씨는 소위 ‘솔리스천(Solistian=Solo Christian의 합성어)’이다. 주일 예배를 제외하곤 교회 활동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김씨가 사교적이지 못해서가 아니다. 어떤 행태로든 교회 일에 엮이는 게 싫기 때문이다.
# 모태신앙인 박진국(44·회사원)씨는 주일날이 되면 기독교TV를 켠다. 국내외에서 내로라하는 목사들의 설교와 찬양이 담긴 TV 예배로 주일 예배를 대신하기 위해서다. 고정적으로 교회에 출석하지 않지만 어떠한 죄의식도 없다.
교회 내 ‘솔리스천’, 즉 교회를 겉돌며 혼자 신앙생활을 하는 이른바 외톨이 신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는 교회 모임이나 봉사활동 등 성도들과 교제 없이도 혼자 즐겁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이 전국 3만3000가구 만 15세 이상 7만4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종교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종교인 비율이 18.8%에 달했다. 또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의 21.2%가 ‘주 1회 종교행사에 참여한다’고 답하는 등 사생활 중심 신앙 행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동안 타종교인에 비해 행사 참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던 기독인들마저 ‘주 1회 교회 행사에 참여한다’는 응답자가 40.6%에 달해 의외였다. 기독교인 10명 중 4명은 ‘선데이 크리스천’인 셈이다. ‘주 2회 이상’은 31.4%, ‘월 1∼2회’ 9.1%, ‘연 5∼6회’ 3%, ‘연 1∼2회’ 2.8%, ‘연 3∼4회’ 1.4% 순이었다. 11.7%는 아예 종교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번 통계에 따르면 45%는 각종 단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20.2%만이 종교단체에서 활동한다. 또 나눔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데도 인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 비율은 14.6%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조사 대상의 85.6%는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예전의 솔리스천은 교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새 신자,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소극적인 성도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즘 솔리스천의 양상은 매우 다르다. ‘쿨(cool)’하고 당당하기까지 하다. 교회 모임의 소속감보다 자신만의 취향에 맞는 취미나 자기 계발 등이 우선이다. 설교나 제자훈련, 새벽기도, 경배와 찬양 등을 잘하는 이름난 교회를 찾아다니는 ‘브랜드(brand) 따라잡기 성도’이기도 하다. 심지어 교회에 출석하지 않거나 인터넷, TV 등으로 예배를 드리며 헌금을 내지 않는다. 그 양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왜 그럴까. 기독교 문화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개인주의 문화 확산에서 찾는다. 형식적인 성도 관리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정도의 새 신자 등록 과정, 예배나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실망 등도 또 다른 이유로 꼽는다.
추태화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교수는 “솔리스천이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시대 상황”이라며 “하지만 성도의 모임이라는 교회의 의미, 성도로서 가져야 할 교회에 대한 의무, 사회봉사 활동을 놓치는 성도들이 급증하는 건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추 교수는 “청장년회와 같은 집단적인 모임이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교회의 봉사활동, 선교단체나 사회봉사 모임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회가 이웃과의 즐거운 소통 공간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한국 교회도 이젠 형식적인 성도 관리를 넘어 진정으로 성도의 인격과 사생활을 존중하는 행복한 관계, 행복한 교회 만들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림교회 청년회장 양재연(25)씨는 “성도 간 교제를 통한 교회와의 연대의식, 모임 경험 등은 성도들만이 누릴 수 있는 로망”이라며 “교회 생활의 로망들을 개인적인 편의 등으로 너무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