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에 ‘진정성 있는 변화’ 메시지?

입력 2010-09-05 22:10

북한이 지난주 미국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받아들인 건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태도 변화의 조짐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이 재개된 건 사실상 북한이 거부한 뒤 1년반 만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4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홍수 피해를 당한 북한에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75만 달러 규모의 구호품과 의약품을 지원키로 결정한 건 북한이 분배 투명성에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의 이런 합의는 그동안 북·미 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이 요구해 왔던 국제규범 준수와 관련된 진정성 있는 변화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미 정부는 인도적 지원과 북·미 간 정치 상황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미 정부는 NGO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특히 분배 투명성 원칙을 정부 차원에서 확인하고 이뤄지는 것이라서 실질적으론 미 정부가 최종 결정하는 셈이다. 북·미 당국이 사실상 분배 투명성 합의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대북인권 특사는 지난 1일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미 정부는 심각한 홍수피해를 본 북한에 의약품 구매자금 등으로 인도주의 차원에서 75만 달러를 지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자금은 ‘사마리탄스 퍼스’ ‘머시코’ ‘글로벌리소스 서비스’ 등 3개 민간구호단체에 균등 배분될 예정이다. 우선 지난달 31일 사마리탄스 퍼스가 구호물자와 의약품 90t을 보냈고, 머시코도 5일 수인성 질병예방 의약품 등 5t을 직항기로 공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원은 북한 당국이 먼저 3개 NGO에 요청한 것이다. 킹 특사는 “지원이 시작되면 NGO 대표들이 지원품의 분배 감시와 관련한 구체적 사안들을 협의하고 파악할 수 있도록 북한 당국과 합의했다”며 “이 합의가 분배 투명성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우려를 해소했다”고 지원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3개 NGO의 이번 지원은 2009년 3월 미국의 마지막 대북 지원이 이뤄진 뒤 1년6개월 만이다. 미 정부는 2008년 5월 북한에 식량 50만t 지원을 발표했고, 그해 6월부터 구호단체들과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식량을 일정 규모씩 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16만9190t이 전달된 상태에서 중단됐다. 미 정부가 철저한 분배 감시 합의 준수를 요구했는데도 북한이 이를 무시함으로써 사실상 식량 지원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북한이 분배 투명성에 합의해 미국이 요구하는 ‘진정성 있는 변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그만큼 수해 피해가 커 지원이 절실한 상황도 태도 변화 촉진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