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가을경매서 되살아나나
입력 2010-09-05 22:30
미술시장이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 불황이 계속되고 천안함 사태 이후 사회적인 분위기마저 가라앉아 그림을 구입하는 컬렉터들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반기 미술시장은 되살아날 것인가. 그 가늠자가 될 수 있는 아이옥션, K옥션, 서울옥션 등 국내 3대 미술품 경매사의 가을경매가 9월에 잇따라 열려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미술품을 중심으로 근·현대미술품까지 아우르는 아이옥션(대표 공창규)은 9일 오후 5시 서울 경운동 전시장에서 10번째 경매를 연다. 도자기와 회화 등 190여점이 출품되는 경매에서는 ‘한국회화대관’의 저자 유복열씨가 소장했던 겸재 정선의 ‘취미대’와 ‘다람쥐’, 창강 조속의 ‘원숭이’, 호생관 최북의 ‘설청도’, 공재 윤두서의 ‘호랑이’ 등 조선시대 회화 5점이 처음 공개된다.
도자기는 원삼국시대의 토기 쇠뿔손잡이항아리, 네 개의 귀가 달린 고려청자, 조선시대 백자투각용문필통 등이 나오고 현대미술은 붓 그림으로 유명한 이정웅의 작품과 사석원의 ‘나들이’ 등이 출품된다. 특히 단아하면서도 고졸한 분위기를 선사하는 이정웅의 붓 그림(추정가 2000만∼4000만원)은 도자기 및 고서화들과 잘 어울린다. 경매에 앞서 출품작 전시가 8일까지 진행된다(02-733-6430).
7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경매장에서 여는 K옥션(대표 김순응) 경매에는 국내외 미술품 203점이 소개된다. 마르크 샤갈이 말년인 1980년에 그린 유화 ‘결혼과 서커스’가 추정가 14억∼18억원에 출품된다. 또 전시기획자 겸 수집가였던 윤상(1919∼1960)이 수집한 ‘현대화가작품전’(1956년 동화백화점 화랑) 화집이 추정가 8000만∼1억5000만원에 나온다.
테마경매의 일환으로 빈티지 시계 18점과 보석 10여점도 경매에 부친다. 미우주항공국(NASA)에서 달 탐사를 위해 쏘아올린 아폴로 11호의 승무원이 착용한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1969년 제작)이 추정가 500만∼600만원에 나오고 루비 목걸이·귀걸이·반지 세트가 450만∼630만원에 출품된다. 출품작들은 6일까지 K옥션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서울옥션(대표 이학준)은 16일 서울 평창동 스페이스에서 고미술품과 근현대미술품 120여점을 경매한다. 이중섭의 ‘사계’(추정가 2억∼4억원)와 김환기의 1970년작 ‘무제’(3억5000만∼4억5000만원)를 비롯해 추사 김정희의 서간집(6000만∼1억원), 한석봉의 서첩(7000만∼1억2000만원) 등이 출품된다. 미당 서정주의 글·그림 ‘가을에’(200만∼400만원)도 나온다.
고종, 순종, 이구 왕세손의 사진과 고종이 하사한 대한제국훈장 7점도 출품된다. 경매에 앞서 서울옥션 강남점(7일까지), 평창동 서울옥션스페이스(10∼16일)에서 출품작이 전시된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낙찰가 기록을 경신할만한 작품은 없지만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인기작을 중심으로 하반기 미술시장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02-395-033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