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남중] 서민 얘기에서 빠진 것
입력 2010-09-05 19:01
2년 전 여름, 서울 가산동 옛 구로공단(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기륭전자 정문 위에서 단식하는 윤종희씨를 만났다. 월급 90만원의 파견직 노동자였던 그녀는 파견직에 대한 무분별한 해고에 반발해 2005년 8월 파업을 시작했다. 윤씨는 올 여름에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회사는 이사 가고 빈 터만 남았는데, 노동자 몇 명이 정문 초소 위에 텐트를 치고 복직투쟁을 하는 중이다. 만 5년이 넘었다.
구로공단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사람 거의 전부가 윤씨와 같은 간접고용 노동자다. 이들은 인력파견 업체를 통해 취직을 한다. 고용기간은 6개월 이내로 극히 짧다. 승합차에 실려와 일을 시작하고, 3개월이나 6개월이 지나면 다른 공장으로 옮겨가는 식이다. 호출을 받고 나와 일당을 받는 이들도 있다.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가 지난달 발표한 ‘간접고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공단 지역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주당 50시간 가까이 일한다. 그리고 80% 이상이 월 평균 150만원 이하 저임금을 받고 있다.
서민적 실상이란 이런 것이다. 서민 대다수는 노동자들이고 임금, 노동시간, 휴가를 비롯한 고용 조건이나 노사관계 등 노동 문제는 서민의 삶과 직결돼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서민 얘기에는 노동이 빠져 있다. 대통령은 재래시장에는 자주 가면서 공단 지역은 찾지 않는다. 물가는 챙기면서 노사관계는 외면한다.
정치평론가이자 출판사 후마니타스 대표인 박상훈 박사는 “친서민이고 복지고, 이게 말이 되려면 노동정책과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말로는 친서민이라면서 노동 문제에 공격적이라면 말과 정책이 어긋나는 것이다. 노동정책과 노사관계를 건드리지 않는 서민 얘기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일본 후생노동성은 ‘2010년 경제노동백서’를 발표하면서 근로자 파견 규제 완화가 계층 간 격차를 크게 벌려 놓았고, 그것이 내수 부족에 따른 경기침체 장기화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일본 정부는 일감이 있을 때만 고용 계약이 이뤄지는 등록형 파견과 제조업체에 대한 파견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내용으로 노동자파견법 개정을 추진하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파견노동 확대 움직임과는 상반된다.
노동 문제를 외면하는 이상 정부의 친서민은 진실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시민사회를 배제한 채 ‘소통’을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
김남중 차장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