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첫마을’ 아파트 설명회… 공무원들 시선은 따가웠다
입력 2010-09-03 18:56
“3.3㎡당 700만원이면 비싸”
세종시에 아파트를 장만할까, 혼자 내려갈까.
2012년부터 세종시로 옮겨가야 하는 정부부처 공무원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별관 2층 강당에선 아파트 분양 설명회가 열렸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세종시로 이전할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첫마을’ 아파트 홍보에 나선 자리였다.
하지만 여느 아파트 분양 설명회와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여전히 비자발적 청사 이전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는 탓인지 기대보다 의구심이 앞서 있었다. 또 전날 600여명이 찾은 정부과천청사 분양 설명회에서 분양가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없이 칭찬 일색이었다는 얘기가 돌았는지 이날은 불과 250여명만이 자리를 메웠다.
LH의 첫마을 아파트는 1단계 119㎡형 414가구 등 모두 1582가구가 공급된다. 10월 분양 후 내년 말 입주가 시작된다. LH는 9일까지 이전 공무원(1만452명) 중 수요를 파악해 신청을 받고 일반분양 전에 특별공급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평(3.3㎡)당 700만원 이하로 잡은 분양가가 가장 큰 문제였다. 한 공무원은 “연기군 아파트는 분양가가 평당 500만원선이라는데 너무 비싼 것 아니냐”며 “만약 지금 청약하면 내년에 입주해야 하는데 2012년부터 이전하는 공무원에게는 미리 이사 가서 서울로 출퇴근하라는 말이냐”고 따져물었다. 또 다른 공무원도 “가고 싶어서 가는 사람이 없는데 살 곳도, 이사비용도 다 우리가 지불해야 되는 게 말이 되느냐”며 “후분양을 하든지 해야지 LH가 지금부터 금융비용을 공무원에게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1시간 남짓 연신 ‘명품 도시’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며 천혜의 금강 조망권, 친환경 주거단지, 우수한 교육환경 등을 강조하는 주최 측 설명에도 공무원들은 폭발했다. 한 공무원은 “첫마을 아파트 인근에 도시지원시설이라는 혐오시설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런 정보는 왜 말해주지 않느냐”고 물었다. 또 아파트에 투자했는데 되레 분양가가 떨어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도 이어졌다.
대부분 공무원의 고민은 비슷했다.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지와 지금 사는 집을 팔아야`할지 등이다. 국무총리실 소속 A사무관은 “아파트는 안 살 생각”이라며 “서울에 집 두고 주말부부로 지내든지 서울에서 출퇴근할 것 같다”고 했다. 교육과학기술부 B사무관 역시 “공무원인 아내가 있는 부처는 서울에 남는다. 강제로 가는 만큼 복지 혜택이 충분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어찌 해야 할지 확신이 안 선다”고 성토했다.
김아진 이용상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