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채용 포기했지만… 柳외교 ‘딸 특채’ 파문 확산

입력 2010-09-03 22:28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사진) 딸의 외교부 계약직 특별 채용을 둘러싼 특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가 불거진 지 하루 만에 유 장관이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딸의 채용을 포기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3일 이번 사안을 보고받고 “장관의 생각은 냉정할 정도로 엄격해야 한다”고 개탄한 뒤 “정확한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특별인사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팀은 2006년 6월 당시 1차관이었던 유 장관의 딸이 통상교섭본부 산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단에 특채된 경위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일단 특별감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고위 관계자는 “우리 스스로에게 공정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며 “불공정성이 드러날 경우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는 특별감사에서 법적 하자가 드러나지 않아도 공정성에 문제가 발견되면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유 장관은 납작 엎드렸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아버지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에 채용되는 것이 특혜 의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딸도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응모를 취소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유 장관의 딸이 충분히 자격 요건을 갖췄으며 채용 절차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이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전현희 대변인은 “마치 재벌 2세가 아버지 회사에 임원으로 취업한 격으로, 외교부가 유 장관의 사기업인지 묻고 싶다”며 “유 장관은 청년실업자들에게 사과하고 사퇴함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천정배 의원은 트위터에 “구설이 많아 슬픈 장관이여 언제나 해놓는 일마다 안 되는구나. 관운이 계속되는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인가 보다”라고 비꼬았다. 유 장관은 지난해 4월 국회에서 천 의원을 겨냥해 ‘미친 ×’이라고 욕한 적이 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장관 딸만 특채하면서 과연 공정한 정부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도 “고위 공직자일수록 오해받을 수 있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고, 원희룡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공정한 사회는 모든 사람의 가슴을 끌어당기는 깃발인데(중략), 탄식이 나올 뿐”이라고 착잡해했다. 네티즌들도 집중 성토했다. 외교부 홈페이지는 비난 글이 쇄도해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