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반복되는 ‘2인자 수난사’ 언제까지
입력 2010-09-03 21:10
자의든 타의든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위협이 될 것으로 평가받았던 지주 내 2인자들은 모두 1인자 자리에 오르지 못한 채 떠났다. 눈부신 성과와 라 회장의 리더십에 가려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번에 법정비화로 번지게 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99년 당시 라 행장이 회장으로 선임되자 이인호 전무가 행장 자리를 이었다. 당시 2인자로 평가받았던 고영선 전무(현 화재보험협회장)는 신한을 떠나 대한생명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영휘 전 지주 사장은 ‘반란’을 꿈꾸다 밀려났다. 최 사장은 조흥은행 합병 당시 재일동포 자본 외에 BNP파리바 등 유럽 자본을 끌어들이며 ‘뉴 뱅크(New Bank)’ 창립을 시도했다. 당시 최 사장은 재일동포 주주를 관리하는 업무지원실 직원을 신한은행 출신에서 조흥은행 출신으로 바꾸는 등 ‘신한’ 브랜드를 버리고 새 출발하기를 원했다.
이 과정에서 최 사장은 라 회장의 눈 밖에 나 경영 일선에서 1년여간 배제된 후 지주를 떠났다. 그 자리는 이인호 부회장이 꿰찼고, 통합은행장에는 산업은행 출신이자 창립멤버인 신상훈 사장이 오르게 된다. 신 사장은 경영 호실적을 바탕으로 6년여간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그러나 ‘포스트 라응찬’이라 불렸던 신 사장의 미래도 이백순 신임 행장이 들어서면서 불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이 행장은 불과 1년여 만에 라 회장의 지지를 받으며 신 사장을 코너로 몰아넣었다. 지주 계열사 및 은행 인사에서도 이 행장 지분이 많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행장-부행장으로 근무하며 ‘형·동생’ 사이였던 이 행장과 신 사장의 사이도 이때부터 갈라지기 시작했고 이 행장이 신 사장 고소방침을 최종 확정하면서 끝이 났다.
신한지주 2인자 몰락 운명의 굴레는 이번이 마지막일까.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라 회장뿐이다. 지난 3월 24일 서울에서 열린 제9회 주주총회에 참석했던 한 재일동포 1세대 주주는 “우리는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저 신한은행이 잘되고 더욱 성장할 것으로 믿는다”며 라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