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벼 세우고,부서진 건물 수리하고… 민·관·군 2만여명 ‘고통 나누기’
입력 2010-09-03 20:16
7호 태풍 ‘곤파스’ 피해·복구 상황
태풍 ‘곤파스’가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간 3일 전국 곳곳에서 민·관·군이 하나가 돼 복구 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강풍에 쓰러진 가로수와 전신주를 치우고, 낙과 피해를 입은 과수 농가와 비닐하우스를 잃은 농가의 일손을 도우며 고통을 함께 짊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자원봉사자와 공무원, 군인 등 2만여명이 복구 작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대책본부는 ‘긴급복구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응급 복구 작업을 벌이는 한편 주민들에게 재난 지원금을 선지급할 방침이다.
◇전국 곳곳 자원봉사 물결=한반도 최서남단인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에서도 복구 작업이 시작됐다. 신안군 가거도출장소는 굴착기 1대를 동원해 항구 내 곳곳에 나뒹구는 전신주와 각종 쓰레기를 치우는 작업을 벌였다. 주민 20여명도 강풍에 부서진 냉동고와 어망 등을 정리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충남 서산시는 3일 시 직원 250여명 등 290명을 읍·면별로 배치해 인삼 재배농가의 파손된 햇빛가림 시설물 정비에 나섰다. 시 공무원들은 주말과 휴일을 반납하고 피해 복구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비상 근무할 계획이다.
당진군은 피해 복구가 끝날 때까지 각종 행사를 중단키로 하는 한편, 기업체 임직원 등 자원봉사자의 복구 작업 참여를 적극 독려키로 했다.
경기도 제2청은 10개 시·군별로 공무원과 관할 군부대 등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복구 지원에 나섰다. 강풍으로 쑥대밭이 된 ‘안성마춤 배’ 산지에도 구호의 손길이 뻗쳤다.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이 각 과수원을 돌며 강풍에 떨어진 배를 선별해 수거하기 시작했다.
육군 제1 야전군 사령부는 홍천군 남면 시동리와 유치리, 동명 후동리와 자운리 등 강원도 내 5개 지역에 장병 200여명을 긴급 투입, 쓰러진 벼를 세우고 과수 농가 등에서 복구 작업을 도왔다.
농협 임직원 90여명도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일대 피해 농가를 돌며 파손된 비닐하우스를 복구하고 쓰러진 벼를 세우는 등 피해 복구에 일손을 거들었다.
◇피해 실태조사 본격화=충남 보령시는 12명의 인력으로 현장 조사단을 꾸려 태풍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외연도 등 관내 11개 섬 지역에 대한 본격적인 피해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보령 섬 지역에서는 주택 158채가 완파 또는 반파됐으며 선박 2척과 2곳의 가두리 양식장이 파손됐다. 보령시는 이와는 별도로 시 문화재 담당자들로 구성된 조사단으로 천연기념물 제136호로 지정된 외연도 상록수림에 대해 피해 실태 파악에 나섰다.
전북도는 이번 태풍과 집중호우로 주택 등 건축물이나 자동차, 선박 등이 파손돼 2년 이내에 다시 구입하거나 수리하면 취득세와 등록세, 면허세 등을 면제하기로 했다. 농경지가 소실되는 등 큰 피해를 본 지역은 지방세를 감면해 주거나 6개월 이내에서 납부를 유예해줄 방침이다.
한편 대책본부가 이날 태풍 곤파스 피해를 잠정 집계한 결과 강풍으로 전국에서 5명이 숨지고 168만1000여 가구에 정전 피해가 발생했다. 대책본부는 최종 피해 집계까지는 최소 1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확을 앞둔 농작물 피해도 컸다. 논 4658㏊에서 벼가 넘어졌고, 전남북과 충남에서는 과수원 2774㏊에서 과일이 떨어졌으며 양식어류 140만 마리가 폐사했다.
전국종합=이상일 기자 si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