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한흠 목사 빈소 표정

입력 2010-09-03 17:11


[미션라이프] 고 옥한흠 사랑의교회 원로목사 빈소가 마련된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은 조문객들로 끊이지 않고 있다. 2일 오전 임종예배부터 밀려들기 시작한 조문객들은 저녁 시간이 되면서 더욱 몰려 길게 줄을 서야 할 정도다. 하루에 두 번 드려지는 예배 때는 아예 추모실과 복도, 식당 등 495㎡ 한 층 전체가 가득 찬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조문시간이지만 새벽부터 심야까지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3일 오전 입관예배 때도 장례식장은 물론 인터넷으로 중계된 사랑의교회 본당이 가득 찼고 부속실까지 포함해 4300여명이 예배를 드렸다. 인터넷으론 8130여명이 접속했다. 조문록만 6권째이고, 150여개의 조화가 들어왔다. 사랑의교회는 3일 오후 현재 4000여명이 장례식장을 다녀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지도자였지만 분향실 영정사진이 놓인 제단 위에는 아무런 장식이 없다는 게 눈에 띈다. 대신 “예수님의 신실한 제자가 되기를 원합니다”는 신앙후배들의 고백이 담긴 플래카드만 붙어 있을 뿐이다. 이것은 평소 허례허식을 싫어했던 고인의 뜻에 따른 것이다.

2일 유족을 대표해 감사인사에 나선 김영순 사모는 “평소 옥 목사님은 ‘하나님은 나를 너무 과분하게 쓰셨는데 이 땅에서 내가 너무 과대포장되어 하나님 앞에 섰을 때 무슨 말을 할지 두렵기만 하다’고 말씀하셨다”면서 “대접받는 것과 형식적인 것을 싫어했던 고인의 뜻대로 꽃장식이나 조화 등 일체의 장식을 지양하겠으니 널리 이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따라 교회는 조의금을 일절 받지 않고 접수되는 조화는 리본만 떼고 돌려보내고 있다.

장례식장에는 교회와 단체 조문객들이 유달리 많다. 부산 호산나교회 교역자들은 아예 버스를 대절해 상경했다. 원기태 수석부목사는 “옥 목사님이 최홍준 담임목사님의 스승이면서 우리들의 스승이기도 하다”면서 “40명의 교역자들이 사역일정을 조정해 오전 8시 출발해 6시간 만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진보와 보수,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 진영이 각자의 영역을 초월해 화합의 장이 되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동원 지구촌교회 목사와 박경조 전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등이 추모예배를 인도했다. 방지일 조용기 박종순 김삼환 길자연 손인웅 이광선 이정익 이동원 홍정길 목사 등 한국교회 내로라하는 지도자들이 대거 방문했으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 내에서 정치적인 이슈로 대립관계에 있었던 인사들까지 조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일 박인주 청와대 사회통합수석을 보내 조의를 표했다.

교회 관계자는 “옥 목사님께서 마지막까지 믿음으로 본을 보여주셨기 때문에 성도와 교역자, 목사 후배 등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조문객이 많이 밀려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3일 장례식장을 찾은 송명희 시인의 말은 오늘 한국교회 성도들의 말이기도 하다. “한국 교계는 아버지를 잃었다. 옥 목사님의 뜻을 이룰 일은 우리의 몫이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