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한국 담당, “기업들의 책임성 부재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입력 2010-09-03 18:57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기업인 책임이 크다.”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 한국 담당인 크리스천 올리버가 지난달 31일 FT 블로그에 올린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을 일컫는 말)를 넘어서’라는 글의 제목이다. 한마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탓이라는 시각이다.

올리버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또 다른 변수는 바로 기업의 책임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적인 회계부정 사건을 저지른 미국 엔론사의 최고경영자였던 제프리 스킬링이 만약 한국인이었다면 지금쯤 원래 자리로 돌아와 주요 결정을 책임지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해도 좋다”며 법을 어긴 한국 기업인들의 경영 복귀를 강력히 비판했다.

또 “한국 주주들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주주들은 유죄 판결을 받은 최고책임자의 원상복귀 같은 ‘집안’ 문제에 대해 조언을 할 입장이 아니다”고 비꼬았다.

올리버는 “한국에서 외국인 투자자들과 한국인들은 재벌이 실제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는 게 거의 없고 재벌들의 연례 보고서에 대해서도 정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가족경영에 의존한 기업들이 실적의 전모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자본을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쉽다”고 진단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