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협상 쟁점은 놓치고 일정만 잡았다
입력 2010-09-03 19:01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정상이 2일 미국 워싱턴에서 20개월 만에 머리를 맞댔다.
중동평화협상 정례화라는 외형적 성과물도 만들어냈다. 그러나 최종 합의까진 넘어야 할 ‘허들’이 많아 최종 합의 실패 땐 중재자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쟁점 합의 없는 일정 정하기 회담=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역사적인 중동평화협상을 가진 곳은 미 국무부다.
네타냐후 총리와 압바스 수반은 우선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틀을 마련하기 위해 1년 내 최종 협상을 타결하기로 합의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양국 국민을 위한 2개 국가 체제를 만든다는 원칙에도 뜻을 같이했다.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만드는 데는 이견이 없는 셈이다.
이를 위해 오는 14∼15일 중동 지역에서 2차 협상을 갖기로 했다. 이후 2주마다 협상을 정례적으로 갖기로도 했다.
2차 협상에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오바마 행정부의 중동특사를 맡고 있는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도 참석한다. 이집트의 홍해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최종 합의 도달을 위한 신뢰 조성에 노력키로 했고,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모든 종류의 공격을 비난하면서 안보 유지에도 협력키로 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와 압바스 수반은 이번 협상에서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문제를 포함한 핵심 이슈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영국 BBC방송은 보도했다.
◇벌써부터 기선잡기 신경전=중동평화협상은 먼저 힐러리 장관까지 참석한 3자 대화 형태로 1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정상의 양자협상이 1시간33분간 개최됐다. 이후 다시 협상 마무리를 위해 18분간 3자 협상이 이어졌다.
클린턴 장관은 “이번 협상은 수십년간 이어져온 양국 국민의 증오와 투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기회”라며 “미국은 아무런 해법도 강요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협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진정한 그리고 지속적인 평화는 양측의 고통스런 양보를 통해서만 이룩될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압바스 수반은 “이스라엘이 유대인 정착촌 건설과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봉쇄 정책을 먼저 끝내야 한다”고 맞섰다.
회담장 밖 분위기도 좋지 않다. 팔레스타인 무장 강경파인 하마스를 포함한 반군들이 가자지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평화 협상을 저지하기 위해 이스라엘인에 대한 연합 공격을 강화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관계자들도 “이스라엘이 오는 26일까지로 예정된 정착촌 건설 동결 조치를 연장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의 회담은 없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측은 동결 연장은 없다며 반격에 나섰다. 정착촌 건설 동결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26일이 평화협상 지속 여부의 1차 고비가 될 전망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