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 순항해도 찬바람 도는 서민살림

입력 2010-09-03 17:48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2010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우리 경제의 모습은 화려하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작년 동기 대비 7.2%, 전 분기와 비교해서도 1.4% 성장했다. 실질 국민총소득(GNI)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증가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로 4개 분기 연속, 전기 대비로 5개 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의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가 이처럼 순항하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한은은 올해 연간 GDP 성장률을 5.9%로 예측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6.1%로 제시했고, 주요 투자은행들도 6%대 성장이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성적표다.

하지만 그럴수록 국민은 힘이 빠진다. 차라리 경제지표가 나쁘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지만 경제가 순항하고 있다는데 가계살림은 빠듯하니 상대적 빈곤감이 더할 수밖에 없다. 한 택시 운전사는 사납금을 채우지 못해 일을 그만두는 기사가 부지기수라며 “경제가 좋아졌다는 뉴스를 들으면 울화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도 경기가 바닥이라고 아우성이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올 상반기 청년 체감실업률이 23%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청년 4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자라는 얘기다. 그나마 전체 근로자의 30%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가계부채는 755조원으로 국내외에서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외화내빈의 경제는 수출 위주, 대기업 중심의 성장에서 파생된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기업들의 투자도 장치산업, 자동화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투자 대비 고용효과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성장의 온기가 윗목까지 도달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하지만 한가한 이야기로 들린다. 대기업에 고용을 늘리고 중소기업과 상생하라고 닦달만 해서는 상황이 쉽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좀 더 구조적 차원에서 접근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