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 다 풀었는데…” 요지부동 ‘집값’

입력 2010-09-03 20:55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사실상 폐지하는 등의 대책을 담은 8·29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는 여전하다. 대책의 ‘약발’에 대한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다.

3일 각 부동산정보업체들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과 분당 일산 등 주요 신도시, 경기도의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0.03%에서 -0.06% 정도로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2주 전 -0.08%였던 하락세는 이번 주 들어 -0.03%를 기록하는 등 그나마 다소 완화됐다. 하지만 하락폭 감소 요인은 8·29대책의 효과라기보다 전통적인 부동산 시장 비수기가 끝나고 가을 성수기가 시작된 효과가 더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DTI 완화 대상에서 제외된 서울의 강남3구에서도 하락폭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지역이라도 일부는 업체에 따라 오름세로 조사됐지만 다른 업체 조사 결과는 여전히 마이너스인 것으로 나타나 전체적으로 상승 분위기라고 보기 힘들다. 닥터아파트는 서울 동대문구와 종로구가 각각 0.02%, 0.03%로 상승세를 보였다고 밝혔지만 부동산114의 통계에선 종로구는 0%로 변동이 없었고 동대문구는 -0.04%로 하락세가 지속됐다. 경기도 광명시도 5주 만에 0.01%를 기록,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통계와 -0.08% 하락했다는 통계가 엇갈렸다. 업계 관계자는 “통계가 다른 것은 업체마다 확보하고 있는 표본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표본에 따라 플러스, 마이너스가 달라지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전체적인 상승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표뿐만 아니라 실제 상황도 여전히 좋지 않다.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1∼3순위 청약이 이뤄진 동아건설의 ‘용산 더 프라임’은 청약 결과 574가구 모집에 359명이 접수, 평균 경쟁률이 0.66대 1에 그쳤다. 업계에선 서울의 노른자위인 용산인 데다 지난달 27일 문을 연 모델하우스에 4만명이나 방문하며 관심을 끌었던 점, 8·29대책 발표까지 감안해 어느 정도 실적이 좋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반대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부동산써브 관계자는 “이번 주 분양실적도 저조한 데다 정부 대책의 효과가 아직 없다 보니 이달 신규 분양시장도 숨고르기에 들어간 분위기”라고 말했다. 부동산114 한아름 리서치센터 팀장은 “정부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거래시장에 대한 영향은 뚜렷하지 않고 그 실효성도 아직 불확실하다”며 “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우려와 경색된 매수심리가 지속되고 있어 매수자들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번 주 분위기가 앞으로도 지속돼 8·29대책의 효과가 사실상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미 7월에 DTI를 풀어봐야 소용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무리하게 DTI 규제를 해제했다”며 “수요자들의 집값 하락에 대한 기대가 여전해 8·29대책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