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초대 성결교회 주축 안성성결교회 창립 93주년, 선교·복지 두 날개로 이웃을 품다

입력 2010-09-03 17:43


경기도 안성시 봉남동 언덕에 위치한 안성성결교회(구자영 목사)에서 내려다보니 안성 시가지가 눈앞에 확 펼쳐졌다. 이렇게 우뚝 선 교회는 그동안 온갖 세파에 시달려 힘들어하는 한 영혼, 한 영혼들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했으리라. 또 지역사회를 섬기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했으리라. 예배당 바로 옆에 선 거목이 지난 93년의 교회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다.

◇한국 성결교회의 뿌리=안성교회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창립자인 정빈 전도사가 1917년 10월 비봉산 자락에 안성전도관을 세우며 창립했다. 교회는 한국성결교회 중 14번째로 개척됐지만 진남포교회 개성교회 야목교회 등이 폐쇄됨에 따라 11번째로 창립된 지교회가 됐다.

정 전도사에 이어 2대 담임으로 부임한 박영순(1918∼23) 목사 때 부흥의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당시 지방 감리보고에 따르면 1920년에 30명, 21년에 60명, 22년에 120명으로 성장했다. 이때 지금의 교회가 위치한 봉남동 땅을 매입하고 성전 40평을 건축, 22년 10월 8일 헌당식을 거행했다. 23년에는 성결교단 내에서 자립한 최초의 교회가 됐다. 38년 재부임한 박 목사는 60평으로 성전을 증축했다.

안성교회는 개척 초기 ‘성경을 든 분주한 여인’들에 의해 크게 부흥했지만 일제의 압력에 수난을 겪고, 6·25전쟁 등을 치르며 성장 분위기가 한때 꺾이기도 했다. 또 성도 간 분열도 있었다. 그러나 송태헌(1978∼96) 목사가 부임하면서 3배나 성장했다. 또 국내 5개 교회, 해외 8개 교회를 개척했고 중국에 신학교도 세웠다. 뜨거운 전도의 열정을 통한 영혼 구원에 힘써온 안성교회는 예수교대한성결교회의 시조인 김응조 목사와 박두진 시인 등을 배출했다.

◇선교와 복지에 힘쓰는 교회=안성교회는 ‘동리교회’로 불린다. 지역 주민들이 비봉산 앞머리를 교회가 지켜줘 안성이 평안하다고 말할 정도다.

구자영 목사는 97년 교회에 부임한 이후 ‘차고 넘쳐, 나누는 교회’를 지향했다. 그 결실로 2001년 11월 안성종합사회복지관 성결원을 개관했다. 교회가 안성시민들을 보듬기 위해 처음으로 복지관을 세웠다. 정부 보조금(3억7000여만원)과 안성시, 교회가 각 8억여원의 지원금을 냈다. 노인들을 위한 체조나 태권도·웃음치료 교실, 노인보호센터, 결혼이민자가족 지원센터, 장애아동 방과후교육, 물리치료실, 결식아동 지원, 공부방·도서관 운영 등 어린아이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를 돌보고 있다. 특히 교회 성도들이 중심이 되어 복지관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재가 노인들을 위해 말벗이 되어주고, 직접 차를 몰아 수십 ㎞를 달려 밑반찬을 배달하기도 한다. 또 이동 목욕차량을 이용한 목욕봉사도 열심이다.

처음엔 ‘교회가 하면 얼마나 하겠어?’라고 냉담했던 지역 주민들이 성도들의 정성에 반해 교회에 호감을 갖게 됐다. 이는 자연스레 교회 부흥으로 연결됐다. 복지관 개관 초기 700명을 웃돌던 장년 수가 교회 창립 90주년이던 2007년 1200명으로 늘었다.

구 목사는 “현대 목회의 패러다임은 지역사회를 섬기고 봉사하는 것”이라며 “교회의 사명은 선교와 복지, 구제, 나눔”이라고 강조했다.

◇총력을 쏟는 선교활동=구 목사의 선교정책은 예수님, 사도 바울과 동일한 세 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째, 내 식구를 먼저 먹인다. 이는 곧 지역에 먼저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흩어진 이스라엘을 찾는다. 지역 선교 다음으로 고난에 처한 동족과 여러 기관, 세계에 흩어진 우리 민족을 대상으로 열심히 복음을 전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타 민족 선교다. 복음을 모르는 세계 각국에 선교사들을 세우고 현지 지도자를 양육하는 일이다.

첫 번째 단계는 복지관 성결원을 통해 현재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또 10여개 미자립 교회와 특수 선교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2002년부터 해외에 지교회를 설립하고 선교사를 파송했다. 인도 필리핀 캄보디아 케냐 브라질 등에 18개 교회를 세웠다.

“우리나라가 지금 이렇게 경제 성장을 이룬 건 우리 부모님들이 우리나라를 잘 살게 해 달라고, 먹을 것 많게 해 달라고 기도한 덕분입니다. 그러니 세계에 교회를 세워 복음을 전해야지요. 전 세계 어린이들의 배고픔이 해결되도록 기도하는 장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구 목사의 이 같은 선교 열정을 전해들은 성도들 역시 해외 지교회 건축에 힘을 보탰다. 인도에 제3교회를 세울 땐 조기운 장로가 투병 중인 아내의 이름으로 헌금했다. 태국 멋딱 지교회를 건축할 때는 박명근 안수집사가 토지보상금 받은 것을 헌납했다. 결혼축의금이나 임직 감사헌금 등을 내놓기도 했다. 바울의 사역을 옆에서 보필한 바나바와 실라 같은 안성교회 성도들이 있었기에 이 교회는 부흥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안성=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