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액션 ‘해결사’, 영화선택 고민 해결해 줄까

입력 2010-09-03 18:03


다가오는 추석, 가슴까지 후련해지는 액션 영화는 보고 싶지만 피범벅 스릴러물은 질색인 관객에게는 이 영화 ‘해결사’가 있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능청스럽게 소화하는 액션과 코미디, 시원한 결말. 그 정도에 만족할 수 있는 관객이라면 추천할 만한 영화다.

전직 강력계 형사 강태식(설경구)은 ‘범죄연구소’라는 간판을 단 흥신소를 운영하고 있다. 사무실은 별 것 없어 보이지만 전직 강력반이라는 경력이 그의 일거리를 떨어지지 않게 한다. 어느 날 불륜 현장을 밝혀내기 위해 모텔로 ‘출동’한 강태식. 그는 모텔방 안에서 한 여인이 끔찍하게 살해된 것을 발견한다. 꼼짝없이 살인 누명을 뒤집어쓰게 된 그에게 정체 모를 전화가 걸려 오고, 태식은 엉겁결에 전화 속 인물이 시키는 대로 범죄를 저지른다.

영화는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한 가지 사건을 해결하더라도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어서 강태식을 비롯한 주인공들은 도무지 쉴 틈이 없다.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동안 태식은 일개 경찰에 불과했던 자신의 과거와 온 나라를 뒤엎고도 남을 정치인의 스캔들이 교묘하게 얽히는 것을 목격한다. 필사적으로 위기를 헤쳐 나오는 동안 그의 주위에서는 친구와 배신자, 적과 동지가 엎치락뒤치락 뒤바뀌고 딸은 위기에 처한다.

이 영화에서는 설경구의 몸을 아끼지 않은 액션 연기가 일품이다. 총이나 흉기, 맨주먹은 물론이고 절박한 상황에서 휠체어 의자, 변기 뚜껑 등도 싸움도구로 사용하는 그의 모습이 영화에 실감을 더해 준다. 악역을 맡은 이정진도 오랜만에 존재감 있는 활약을 펼쳤다. “몇 년 동안 ‘말죽거리 잔혹사’가 제 대표작이라고 해 왔는데, 이 영화로 대표작이 바뀔 것 같다”고 말할 정도. 형사로 출연한 오달수·송새벽의 코믹 연기도 볼 만하다.

전직 형사 출신의 날렵한 장년 남자, 의문의 살인 사건, 정치인과 경찰의 비리, 위험해진 딸 구출 작전. 맛있게 버무려져 있긴 하지만, 모든 것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설정들이다. 여당 정치인의 뇌물 게이트나 범죄에 연루된 경찰들이 등장하긴 해도 이 영화가 유머의 외피를 덮어쓴 풍자극인 것은 당연히 아니다. 등장인물들의 비리나 범죄는 그저 개인적인 차원일 뿐이고 그들은 결국 일망타진될 영화 속 악당들에 불과하다.

머릿속을 비우고 99분간 즐기기에는 이만한 게 없다. ‘추석액션’을 표방한 예고편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 권혁재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류승완 감독이 각본을 썼다. 15세 관람가. 9일 개봉.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