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동수] 인생 청문회와 코람 데오의 삶
입력 2010-09-03 17:56
국회 인사 청문회의 여운이 아직도 쟁쟁하다. 총리·장관 후보자들의 줄사퇴 파동이 우리에게 던져준 의미는 자못 심장하다. 무엇보다 지도층이 되려는 인물에 대해선 어떤 흠결도 용서치 않으려는 국민의 정서가 이전보다 훨씬 강하게 형성돼 있음을 느낀다.
우리 각자에게 주는 메시지는 없을 것인가. 지혜로운 사람들은 이미 간파하고 있다. 우리도 언젠가 예외 없이 인생 청문회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세상의 청문회와는 다르다. 세상 청문회는 기껏(?) 위장전입이나 탈세, 병역기피, 불법 재산형성 같은 허물을 들추지만 인생 청문회는 살아온 날의 모든 행적을 다룬다.
태어난 시점부터 죽을 때까지의 삶의 궤적이 낱낱이 드러나는 인생 청문회에서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짓게될 것인가. 유물론자와 현세주의자들은 죽음으로 모든 것이 종결된다고 주장하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인생에는 반드시 평가와 심판이 따른다.
이마뉴엘 칸트는 그것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한 철학자였다. 그는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면 악과 선을 구분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했다. 평생 악행을 저질러온 사람이나 선행의 길을 걸어온 사람의 결말이 동일하다면 굳이 도덕적으로 살려고 애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는 영혼의 불멸과 인생의 심판자로서의 신의 존재가 필연적으로 요청된다고 주장했다.
그제 사랑의교회 옥한흠 원로목사 소천 소식을 듣고 새삼 옷깃을 여미게 된다. 그리스도의 제자도를 좇아 복음 전파와 교회 갱신에 헌신했던 그의 생애는 한국 교회와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다. 이제 하나님 앞에 서 있을 그의 영혼엔 노고에 상응한 위로와 보상이 함께할 것이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인생 청문회. 그날을 의식하며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은 천양지차다. 인간은 아무도 완전하지 않다. 이 땅을 살아가는 동안 많은 허물을 만들고 잘못을 저지른다. 그래서 날마다 자신을 가다듬고 또 가다듬어야 한다. 인생 청문회 날에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으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항상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며, ‘코람 데오(하나님의 면전에서)’의 삶을 사는 것이다.
박동수 선임기자 d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