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추석, 멋진 요리 솜씨 뽐내고 싶다면?… 좋은 ‘주방 칼’부터 마련하는게 순서죠

입력 2010-09-03 17:46


민혜련씨가 말하는 ‘좋은 칼’이란

세계적인 셰프 마리안 림브는 “작업에 알맞은 칼과 그 사용법을 알고 있으면 요리를 더 쉽고, 빠르고 안전하게 할 수 있다”면서 칼을 가장 중요한 식재료의 하나로 꼽았다. 작업에 알맞은 칼? 우리 주방에는 몇 개의 칼이 있나 한번 빨리 생각해보시라. 그저 주방용 칼이라면 식도와 과도, 딸랑 2개인 집이 적지 않을 터. ‘한요리’ 해야 하는 추석을 앞두고 있으니 우리 집 주방 칼을 한번 점검해보자.

최근 출간된 림브의 책 ‘주방칼 다루기(도서출판 세경)’를 번역한 식문화연구가 민혜련씨는 “식도는 최소한 4개는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배추 등을 자를 때 쓰는 큰 식도, 일반적으로 쓰는 중간크기 식도, 생선용 식도, 과도이다. 생선용 식도는 칼 몸에 구멍이 송송 나 있거나 움푹 패여 있는 게 특징. 이곳으로 물기나 기름기가 빠져 나가 자르기 쉽다.

자, 칼이 한 개뿐이어서 새로 마련하고 싶다면 어떤 칼을 고를 것인가. 민씨는 “칼을 선택할 때는 용도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간크기 식도만 갖고 있는데 생선을 즐기는 가정이라면 생선용 식도를 하나 더 마련하면 된다. 김치를 좋아한다면 배추를 자를 때 필요한 큰 식도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아니면 이 기회에 고루 마련해 즐겁고 편하게 요리를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종류를 정했다면 이제 가게로 가서 칼을 직접 들어보자. 도루코 기술연구소 윤명원 제품연구팀장은 “칼을 구입할 때는 무게감, 좌우 균형감, 손잡이 디자인, 볼스터, 칼의 재질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일러준다. 일단 칼을 들었을 때 묵직해야 하고, 검지와 중지로 칼날과 손잡이를 잇는 가운데 부분을 잡았을 때 좌우 균형감이 느껴져야 한다. 칼이 가볍거나 한쪽으로 치우치면 식재료를 썰고 다질 때 손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게 돼 힘들고, 원하는 대로 식재료가 썰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손잡이는 인체공학적 기술을 활용해 손에 쥐었을 때 편안하게 설계해 오래 써도 피곤하지 않은 디자인에, 잘 미끄러지지 않는 재질을 사용한 것이어야 한다.

칼은 뭐니뭐니 해도 잘 썰려야 한다. 전통적인 무쇠 칼은 절삭력은 좋지만 녹이 슬어 비위생적이고, 스테인리스 스틸 칼은 위생적이지만 절삭력이 떨어진다. 요즘에는 스테인리스 스틸과 고탄소강 등을 배합해 단단하고 날이 잘 서며 쉽게 무디어지지 않는 재질들이 나와 있다. 또 티타늄 세라믹 등 신소재 칼도 있다. 잘 무뎌지지는 않지만 세라믹은 부서지거나 이가 빠지기 쉬운 단점이 있다.

민씨는 4개의 칼과 함께 꼭 갖춰야 것으로 강철 샤프너 즉, 칼 가는 도구를 꼽았다. 민씨는 “무디고 둔한 칼은 힘도 들고 요리 모양도 제대로 나지 않고, 손도 외려 잘 벤다”면서 “강철이나 스테인리스 스틸 칼은 쓸 때마다 갈아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은 칼을 세트로 구입하면 샤프너가 대부분 들어 있다. 칼을 12∼20도 각도로 유지하면서 샤프너를 따라 부드럽게 뒤쪽으로 앞쪽으로 밀고, 다른쪽 면도 같은 방법으로 되풀이 한다. 20도가 넘어가면 칼날을 다치므로 조심해야 한다. 강철 샤프너 외에 숫돌, 회전 샤프너도 있다. 칼을 일단 쓰고 난 뒤에는 즉시 세제와 따뜻한 물로 잘 씻고 헹군 뒤 타월로 닦아 물기를 없애고, 나무식도받침대나 칼집 등에 넣어 보관한다.

4개의 칼과 샤프 외에 빵칼, 감자 등을 깎을 때 쓰는 필러만 있으면 웬만한 식당 주방 부럽지 않을 만큼 도구는 갖춰지는 셈이다.

칼과 떼어 놀래야 떼어 놀 수 없는 것이 도마. 민씨는 “도마도 야채 육류 생선용을 따로 갖고 있으면 위생적이고 편하다”면서 “완전히 평평하고 단단하며 흔들리지 않는 것이 상품”이라고 말했다. 흔들리거나 미끄럼 방지가 안돼 있는 도마라면 반드시 아래에 행주나 얇은 헝겊을 깔아 안정시킨 다음 칼질을 하도록 한다. 재질은 전통적인 나무가 탄성이 좋아 칼날 보호에는 최고다. 민씨는 “도자기 유리 돌 금속 또는 주방 타일에서 칼질을 하면 칼날이 상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