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산 책/버린 책’
입력 2010-09-03 17:30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희곡작가인 장정일의 책 읽는 방법은 칼을 뽑아든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신랄한 비평이 그 칼의 날카로움을 담보한다. 장정일의 칼에 걸려든 책들은 단숨에 베어진다.
1993년부터 2007년에 이르기까지 7권의 ‘독서일기’를 내며 서점가에 ‘책에 대한 책’ 붐을 일으키기도 했던 그가 또 한권의 독서일기 ‘빌린 책/산 책/버린 책’(마티)을 펴냈다.
그의 칼날은 유명 작가를 피해가지 않는다. “‘엄마를 부탁해’는 잘 쓴 소설이 아니다. (중략) 큰딸, 큰아들, 남편이 한 입씩 보태서 완성한 것처럼 보이는 어머니 상도 그렇다. 세 사람이 내놓은 어머니의 상은 마치 기계로 찍은 주물처럼 똑같다. 동일한 사실을 두고 상충하는 것도 아니면서 억지 동원된 이 형식은 ‘엄마를 부탁해’를 수준 높은 문학작품인양 현혹하는 위조술이다.”
장정일은 그 칼날을 황석영에게로 슬그머니 돌린다. 그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4장에 나오는 중음신의 등장이 이 소설의 파탄이라고 치부하면서 이는 서양 사람들이 귀신 이야기를 동양적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외국에서 주목받고자 하는 한국작가들이 즐겨 차용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유럽의 인정을 받기 위한 이런 부역 행위를 나는 황석영의 근작에서 자주 봤다.” 가히 장정일식 독서법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책은 ‘일기’보다는 ‘독서’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다독을 바탕으로 사회와 예술 전반에 걸친 폭넓은 이해를 보여준다. 정치·역사·문학·사회 등 다루고 있는 주제도 다양하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