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 신한금융 어디로… 라응찬 회장 조기퇴진 가능성

입력 2010-09-03 01:03

지난 28년간 ‘신한 맨’으로 한솥밥을 먹은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의 인연이 비리혐의에 대한 고소와 권력다툼의 그늘 속에 쓸쓸히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신한지주의 후계구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라 지주 회장의 오른팔로 꼽히는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가장 앞선 가운데 인사 잡음을 싫어하는 재일교포 대주주들 특성상 의외의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라 회장은 조만간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 사장의 비리혐의에 대한 도의적 책임과 함께 내부 권력다툼을 조기에 봉합하지 못한 데 대한 리더십 문제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신한지주는 조기에 차기 회장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1순위 후보인 이 행장은 라 회장과 함께 신한지주의 재일교포 주주 관리를 맡으며 지주 안팎의 신뢰를 쌓았다. 출세 코스로 평가받는 도쿄 지점장을 역임하는 등 엘리트 임원 출신이다. 올 초 라 회장도 이 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점찍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행장이 이번 권력다툼의 한 축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이다. 신한지주 내·외부 관계자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차기 회장직을 두고 신 사장 대 라 회장·이행장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번 고소 건을 두고도 여러 차례 양측이 설전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이 행장이 고소 방침을 최종 확정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이 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할 경우 조직 내부 반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사회 차원에서 다른 인물을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이인호 전 신한지주 사장도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대주주 특성상 내부에서 깜짝 발탁을 한다거나 검증되지 않은 외부 인사를 영입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면서 “이 전 사장도 이미 검증됐고 실적도 괜찮았다는 점에서 후보군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신 사장의 뒤를 이를 차기 사장직에는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과 서진원 신한생명 사장이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강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