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지단, ‘몰락한 佛 아트사커’… “후배들아, 정신 차려”
입력 2010-09-02 18:27
‘아트사커의 전설’ 지네딘 지단(38·사진)이 다시 파란색 프랑스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돌아왔다.
지단은 2일(한국시간) 선수가 아닌 1일 특급도우미로 대표팀이 훈련 중인 프랑스축구의 산실 클레르 퐁텐에 모습을 드러냈다. 훈련장에 모인 300여 명의 팬은 프랑스의 전성기를 이끈 지단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2006년 독일월드컵 후 은퇴한 지단은 이날 후배 선수들을 모아놓고 훈련을 지도한 것뿐만 아니라 ‘아트사커’의 황금기라고 평가받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우승)과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우승) 동영상을 함께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단의 깜짝 등장은 로랑 블랑(45) 대표팀 감독의 부탁 때문이다.
지단과 블랑은 프랑스축구의 절정기를 일궜던 멤버다. 둘이 현역을 누빌 때 프랑스는 프랑스월드컵과 유로2000에서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지단이 은퇴한 뒤 예술의 경지에 있었던 ‘아트사커’는 추락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간의 내분으로 모래알 군단으로 전락했다. 선수들은 레몽 도메네크 감독에게 반발하며 훈련 거부 등 항명을 일으켰다. 결국 A조 조별예선에서 1무2패라는 졸전으로 16강에도 오르지 못하고 짐을 쌌다. 지난 대회 준우승팀으로는 충격적인 탈락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휘봉을 물려받은 주인공이 바로 블랑 감독이다. 블랑 감독은 7월 취임사에서 “프랑스가 유로 2012 예선에서 탈락하면 사임하겠다”고 배수진까지 쳤다.
블랑은 노르웨이와의 친선경기(8월12일)를 앞두고는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했던 선수들을 모두 제외한 채 대표팀을 꾸리는 등 프랑스축구 개혁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남아공월드컵에도 출전하지 않은 노르웨이에 1대2로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급기야 블랑 감독은 과거의 영광 재현을 위해 지단에게 ‘SOS’를 쳤다. 1일 코치를 맡아달라는 제의를 흔쾌히 승낙한 지단은 “내가 기억하고 있는 승리의 영광을 어린 선수들에게 전해주겠다”며 축구화를 다시 질끈 맸다. 독일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클레르 퐁텐을 방문했다는 지단은 “새로운 세대의 선수들이 발전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프랑스축구는 이들과 함께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랑 감독도 “젊은 선수들의 정신력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지단의 반짝 훈수를 받은 프랑스가 4일 벨라루스, 8일 보스니아와의 유로 2012 지역예선에서 어떤 경기를 펼칠지 관심이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