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신상훈 지주사장 고소 내막은… 썩은 싹 자르기? ‘미운털’ 뽑기?

입력 2010-09-03 01:02


신한은행이 대외신인도 하락을 무릅쓰고 지주 사장 고소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회사 측은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의 혐의에 대한 소문이 회사 내에 퍼졌고 조사 결과 혐의를 ‘확신’할 정도였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 당국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 올해 정기 검사에서 결국 밝혀질 것이라는 점도 작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금융계 일각에서는 장기 집권해 온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의 후계 구도를 둘러싼 경영진 내 갈등에서 촉발됐다는 관측도 확산되고 있다. 안정적인 기업지배구조라는 장점이 부각돼 온 신한지주가 이번 사태로 자칫 대외신인도 하락과 경영불안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릐“죄질이 안 좋다”=신한지주 고위 관계자는 2일 신 사장 고소건에 대해 “신 사장의 죄질이 안 좋다”고 말했다. 친인척이 관련됐고, 부실대출 액수가 950억원에 달하며, 명예회장의 고문료를 횡령하는 등 문제가 간단치 않다는 말이다. 특히 접수된 진정서가 누군가에 의해 중간에 빼돌려졌던 사실이 드러나는 등 해사(害社)행위가 집단적으로 일어났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신 사장과 함께 고소된 6명 가운데 신 사장 라인으로 평가받았던 이정원 신한데이타시스템 사장과 한도희 신한캐피탈 사장이 포함된 것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신한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신 사장과 함께 근무했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떤 은행이 지주 사장을 쉽게 고소하겠는가. 나름대로 많은 조사를 거친 뒤 확신을 가졌기 때문에 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출 결정을 행장이 하진 않더라도 드러난 정황상 신 사장에게 배임혐의가 있음을 법무법인과 금융당국 등 여러 채널을 통해 확인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 사장의 고소 결정도 급박하게 이뤄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외이사는 전화통화에서 “고소건을 지금 방금 알았다”면서 “한번도 연락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라 지주 회장이 고소건을 최종 보고받은 것도 지난달 30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 1주일도 안돼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이다. 신한지주는 신 사장을 해임키로 하고 이르면 다음 주 이를 위한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릐“파벌싸움…올 것이 왔다”=신 사장의 해사행위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은행이 직접 고소 사실을 당일 보도자료로 언론에 알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급박하게 사실을 외부에 알린 것에는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보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신 사장은 명실상부한 신한지주의 2인자다. 그러나 최근 계열사 임원 인사 문제, 신 사장의 라 회장 차명계좌 유포설을 두고 라 회장과 사이가 틀어졌다. 특히 9년째 회장직을 맡아온 라 회장의 후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퇴임론과 연임론이 엇갈리자 내부 파벌 다툼이 생겨났다. 이 과정에서 신 사장이 라 회장의 퇴임을 주장하는 편에 섰다가 라 회장의 분노를 샀고, 이번 부실대출 건을 계기로 물러나게 됐다는 얘기도 은행 내외에 파다하다.

우리금융지주와 산은금융지주 민영화 등 금융권의 격동기에 내부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신한지주의 앞날도 불투명하게 됐다. 신 사장의 후임 인사와 라 회장의 은퇴설 등으로 당분간 조직의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신 사장의 고소건을 두고 은행 내부에서도 격론이 오갔고 조사 당사자는 사표까지 냈다가 반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장 조직 내에 쌓인 감정의 골을 치유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여기에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대외 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하다. 특히 라 회장도 금융실명제법 위반 등 혐의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을 예정이어서 지주 회장과 사장이 동시에 조사를 받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강준구 이용상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