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책연구소, “근로자 많이 자른 CEO일수록 회사 돈으로 자기 지갑 더 채워”

입력 2010-09-02 21:00

미국의 최고경영자(CEO)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 동안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오히려 돈을 더 번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진보적 시민단체인 ‘정책연구소(IPS)’는 ‘CEO 급여와 대공황’이라는 보고서에서 경기침체기인 2008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근로자를 가장 많이 해고한 50개 기업 CEO의 평균 연봉이 1200만 달러(약 141억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대 기업 CEO들의 평균 연봉인 842만 달러보다 42%나 많은 것이다. 이때 50개 기업에서 해고된 근로자는 53만여명에 이르렀다.

IPS에 의하면 특히 이들 50개 기업 중 72%인 36개 기업은 이익이 나고 있는 시점에 대량 해고를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IPS는 “이익을 늘리고 CEO의 높은 급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근로자들을 쥐어짜는 경향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근로자들을 가장 많이 해고한 10대 회사 중 휴렛패커드의 CEO인 마크 허드는 2009년 6400명의 근로자가 해고되는 상황에서 자신은 2420만 달러를 챙겼다. 월마트의 마이클 듀크는 1만3350명의 근로자가 해고통지서를 받는 가운데 자신은 1920만 달러를 받았다.

셰링 플라우의 프레드 하산 CEO는 이 회사가 머크와 합병되는 바람에 자리를 잃었지만 지난해 모두 4960만 달러의 보수를 챙겼다. 이 돈은 셰링 플라우에서 일자리를 잃은 1만6000명 해고자 전원에게 10주분의 실업수당을 줄 수 있는 액수다.

이번 조사의 책임자인 IPS의 새라 앤더슨은 “CEO들이 대량 감원을 할 때는 회사의 경비절감 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용단을 내리는 것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남아 있으나, 대량 해고는 사실 단기 이윤을 늘리고 CEO의 주머니를 채우는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