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도 ‘공정’ 잣대”… 모처럼 국민 눈높이 맞춰 정풍운동 가능성은 낮아
입력 2010-09-02 20:59
강성종 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국회 통과와 강용석 의원의 한나라당 제명 결정은 ‘사건’이라 할 만하다. 과거 국회는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제 식구 감싸기’란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동료의원들을 축출하는 결론을 내린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바뀐 정치권의 기류가 국회 내 ‘정풍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현재 정치권에는 ‘공정(公正)’이란 캐치프레이즈가 떠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집권 후반기 핵심 지표로 ‘공정한 사회’를 표명했다.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국무총리 후보자와 2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가장 큰 이유는 후보자들의 부도덕성을 알면서도 내정하거나 이를 용인하는 것은 ‘공정한 사회’ 원리에 배치되는 자가당착이라는 따가운 여론 때문이었다.
두 강 의원에 대한 처리가 신속하게 이뤄진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청와대가 여론과 정치권의 의견을 받아들여 3명을 낙마시킨 마당에 국회가 동료의원들에 대해서는 다른 잣대를 사용할 명분이 없어진 것이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가 스스로 원해서 했다고 보긴 힘들지만 경위야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결정을 내리게 돼 다행스럽다”며 “앞으로 공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의 기류가 정풍 운동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두 의원에 대한 처리가 정치상황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이뤄진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청문회 이후 빚어진 갈등이 아니었다면 여야 모두 두 의원 문제를 원칙대로 처리했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정풍운동을 하기 위한 기본 전제는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포기다. 국회의원의 기득권 중 가장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불체포 특권이다. 불체포 특권은 국회의원이 현행범이 아닌 한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다. 국회의원의 소신 발언과 의정활동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형사처벌 절차를 회피하는 도구로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불체포특권 제한 외에도 시민단체 등에서는 헌정회원 연로회원 지원금 폐지, 겸직 금지 및 이해회피 조항 명문화, 윤리심사기능 강화 등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국회가 지난 2월 연로회원 지원금을 아예 법으로 명문화한 사실이 최근 뒤늦게 밝혀졌다. 국회가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국회 내부에 정풍운동을 하자는 자정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해 1월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정치문화의 쇄신을 위한 국회 차원의 정풍운동을 제안했다. 캠페인 등 의식변화 촉구활동과 제도개선책 마련이라는 양대 축으로 정풍운동을 전개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흐지부지됐다.
민주노동당도 2004년 9월 ‘특권없는 국회, 참여국회, 정책국회, 깨끗한 국회’를 내세우며 국회 개혁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개혁방안에는 국회의 도덕성과 관련, 대부분의 지적에 대한 대안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국회의원 다수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